[데스크窓] 전주와 진주가 왜 싸워야 하나 - 김원용

김원용(정치부장)

3년 전 정부가 혁신도시에 배치될 기관을 확정했을 때 전북도가 '표정관리'를 한다고 할 만큼 환영 분위기였다. 그 배경에는 토지공사가 중심에 있었다.

 

당시 공공기관 이전 대상중 토공은 직원 수 면에서 6위, 지방세 납부액 2위로 자치단체마다 탐을 내는 공기업이었다. 여기에 새만금 내부개발과 혁신도시 건설, 기업도시 개발 등 대형 사업들을 주도하고, 다른 기관보다 1년 앞서 이전계획을 갖고 있었던 점도 매력이었다.

 

그런 매력덩이가 전북에서 '잘못 찍은 답'이 아닐지 걱정스런 상황으로 변했다.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방안으로 주공과의 통합을 맨 위에 올려놓고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다.

 

도민이나 지역언론이 난감해 하는 것은 토공-주공의 통합이 아닌, 혁신도시의 차질 우려때문임은 말할 나위 없다. 공기업의 선진화가 국가적 명제라면 지역의 이익만 내세워 공기업 통합을 무작정 반대하기 힘들다.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려면, 토공-주공의 통합이 공기업 선진화에 별 도움이 안된다거나, 지역균형발전이 더 큰 가치가 있다는 논리가 제시돼야 한다. 반대 보다 더 좋은 전략은 통합된 토공-주공의 본사를 전북으로 유치하는 길이다.

 

그런데 모두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고집이 있고, 주공 입지가 예정된 경남이라는 상대가 있다. 정부는 출범 이후 공기업 구조조정의 날을 세워왔으며, 방만한 경영 등으로 공기업에 대한 국민적 지탄이 엄연한 현실에서 당위성도 확보하고 있다.

 

경남 역시 혁신도시의 핵심에 주공이 자리잡고 있어 결코 양보하지 않을 태세다. 경남도는 전북과 비슷한 시점인 지난 6일 통합 본사의 진주유치를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를 발족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도단위 단체 대표, 도의원, 진주시의원, 언론사 대표, 대학총장, 지역구 국회의원 등을 망라시킨다고 한다.

 

경남도가 주공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것은 전북도가 토공을 지키려는 노력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좀 다르다. 전북의 경우 기본적으로 통합 반대쪽에 무게가 실린 반면, 경남쪽은 통합 반대보다는 통합 본사의 경남유치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전북이 새만금사업과 로스쿨 유치 등으로 수혜를 받았으니, 정체 혹은 낙후지역으로 분류된 진주와 경남서남권을 균형발전 측면에서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양 기관의 본사 이전 직원수 비율(토공 21.7%, 주공 40.6%)이나 규모 등을 따져볼 때 통합 본사의 진주이전이 마땅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통합을 강력 반대하는 토공과 달리, 경남 입지가 예정된 주공에서 통합을 찬성하면서 통합 본사 유치쪽으로 일찌감치 방향을 잡았다.

 

물론, 경남도의 논리 곳곳에 흠이 있다. 지역균형 차원만 볼 때 전주와 진주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혁신도시는 시군 단위가 아닌 광역단위로 배정된 것이며, 경남권(부산, 울산 포함)에 무려 35개 기관이나 배치됐기 때문이다.

 

토공-주공의 통폐합이 공식 발표되면 이 정도 논리싸움은 순진한 것이 될 것 같다. 통합이 되더라도 승자독식이 없다지만, 본사 유치를 위한 경쟁은 불가피하다. 벌써 비대위가 구성돼 범도민적 싸움을 예고하지 않는가. 통합 본사를 놓고 자치단체끼리 알아서 해라고 던져놓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전주와 진주가 서로를 비난하며 지역감정의 골까지 패인다면 그것은 정부 탓이다. 토공-주공 통합이 아니라면 서로를 향해 삿대질 할 일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전주와 진주,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정부의 대책을 기대한다.

 

/김원용(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