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력 경제단체에 영향력이 있다는 친구의 권유로 올 여름 휴가는 제주도에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나흘 일정의 하계포럼에 참가하여 국내외 내로라하는 재계 인사들의 경영 철학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유명 해외 경제학자의 강의도 들으며 글로벌 경제마인드를 쌓아보자는 것이었는데, 그래도 내심 괜찮은 강의 한 두개 정도만 듣고 모처럼 일상으로부터 벗어나서 그동안 구경 한번 제대로 못한 제주도 풍광에 푹 빠져볼까 하는 기대를 안고 제주로 향하였다. 하지만 첫날 오후부터 시작된 발표는 빠듯하게 이어졌고,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은 무엇인가에 대한 토론이 계속되었다.
연사 중에 미래학자인 덴마크 Rolf Jensen은 10년 후 세계는 더욱 부유해 질것이고,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기업도 변하고 세상이 함께 변하게 되는데, 따라서 미래는 정보화 시대를 넘어 꿈꾸는 사회라 예상되므로 CEO는 이에 걸 맞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요지의 강의와 함께 그때의 한국은 지금보다 GDP 50%성장이 거의 확실하다는 장밋빛 희망을 던져주었다.
특히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고문으로 있는 David Gordon Eldon 두바이 금융센터 회장의 두바이현상에 대한 분석과 우리나라는 어떻게 접목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다음의 발표 내용은 마침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그렇지만 지금 세계는 각기 자국을 글로벌 산업의 허브로 만들고자 두바이를 벤치마킹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두바이는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의 창조적 상상력, 이를 실행하기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 그리고 각종 관습의 틀을 깨면서까지 단행되는 일련의 제도개선으로 모래사막에서 기업과 교역, 금융, 레저의 중심지로서 부상하고 있다. 물론 막대한 석유자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두바이의 성공요인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비전제시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해답을 바로 두바이 '낙타번식센터'에서 찾아야 한다고 하였다. 1990년 동 센터에서는 낙타(Camel)와 라마(Llama)의 교배종을 얻는데 성공하였다. 75kg의 라마와 450kg의 낙타사이에서 태어난 새끼는 카마(cama)라는 이름의 새 종(種)으로 탄생하였는데, 카마는 라마와 같이 갈라진 발굽에, 낙타의 특징인 짧은 귀와 긴 꼬리를 갖고 있고, 라마의 온순한 성질과 양질의 털, 낙타와 같은 큰 체격으로 수송능력을 함께 갖게 된 것이다. 이러한 카마의 예가 시사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두바이를 그대로 따라가기 보다는 두바이의 우수한 형질과 우리의 강점을 기반으로 한 혼합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개발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새만금, 그리고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기업의 가치와 미래를 재설계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사안이라 본다. 거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노력에 따라서 상상은 의외로 현실에 가까이 있으므로, 한국의 두바이가 아닌 세계가 모델링 할 새만금을 설계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 토종기업을 연구 하는 꿈을 키우며 기업경영방식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일정을 보냈다. 비록 이번에도 제주도 구경은 개 바위 지나듯 하고 말았지만 꽤 폼 나게 보낸 여름 휴가였다.
/박인숙(전북지방중소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