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보름동안 교육을 마치고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자 일요일에 칠보 저수지 쪽으로 드라이브 하다가 '김동수 생가'라는 푯말을 보고 호기심에 찾아간 곳이 있었습니다.
그 곳은 1784년에 건축되어 현재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만석꾼 양반의 생가였는데, 보물찾기 하듯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는 동안 매미의 합창이 무더위를 말끔히 잊게 해주었지요.
주말을 알차게 보낸 후 색다른 행복을 누리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책이 뭘까?'라는 고민을 하는데 문득 권정생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이 떠올랐습니다.
밑바닥 인생을 체험하며 굴곡 많은 삶을 살아온 권정생 선생님은 버림받고 따돌림 당한 작고 보잘것 없는 모든 것들에게 진솔한 글로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 주시다 2007년 5월 18일 고인이 되셨지만, 동화 「강아지 똥」과 「몽실언니」를 읽고 나서 받은 감동과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기에 산문집 역시 다른 책들보다 더 설렘으로 다가왔거든요.
'들판에 자라는 보리는 봄보리와 가을보리가 있는데 가을보리를 봄에 심으면 절대 열매를 맺지 못한다. 가을에 심어 혹독한 눈보라를 견디며 자라야 이듬해 튼튼한 보리로 자라나서 알찬 열매를 맺는 것이 가을보리의 타고난 운명이다. 가을보리에겐 고통을 제외한 온실 같은 평화는 오히려 절망이며 죽음인 것이다'는 글처럼 평소 살면서 보고 느낀 권정생 선생님의 체험에서 나온 동화는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애잔한 글 묶음으로 나무 한그루도 돌멩이 하나도 경우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고 또 다르게 보는 것이 정상이라는 말씀을 되새기는 여러분이 되기 바라면서….
마지막으로 '인세는 어린이로 인해 생긴 것이니 그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굶주린 북녘 어린이들을 위해 쓰고 여력이 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서도 써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신 권정생 선생님의 고운 마음을 전하면서 우리 모두 가을보리처럼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끈기와 인내로 이겨내는 강인함을 길러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는 삶을 살고자 끊임없는 노력을 거듭하여 멋진 삶을 누리다가 먼 훗날 생을 마감할 때 고인처럼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우리가 되기로 약속해 봅시다.
/양봉선(전북아동문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