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억 임실군수가 지난 15일 구속 수감됐다. 그의 혐의는 이번에도 뇌물수수다.
그는 이날 검찰에 들어가기 앞서 기자들에게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수족을 잘못 둬 뇌물 사건에 연루된 것에 대해 도의적 책임감을 느끼며, 임실군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번 '뇌물각서' 사건도 결국 무죄로 나왔다(대법원이 선고만 남겨둔 상태)며 이번에도 결국 무죄가 나올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그가 재임 중 두 번째 구속되자 임실군의 표정도 글자 그대로 '망연자실'했다고 전해진다.
임실군은 그야말로 '잃어버린 7년' 속에서 살고 있다. 2000년말에 터진 이형로 전 군수의 금품수수 의혹사건. 결국 금품수수 부분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벌금형에 처해지고, 군수가 중도사퇴하면서 보궐선거를 치러야 했다.
이 선거에서 공직자 출신의 이철규 후보가 군수에 당선됐지만 공무원들의 승진대가로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철창신세를 졌다.
이철규 군수의 인사비리로 지난 2004년 6월5일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김진억 군수는 무소속으로 출마, 열린우리당 강완묵 후보를 제치고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무소속 김진억 후보는 전체 투표인수 1만 7,489표의 50.3%인 8,660표를 얻어 35%인 6,029표를 얻는데 그친 열린우리당 후보에 압승을 거둔 것이다.
김군수는 여세를 몰아 2006년 5.31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김군수에게 이 모든 것은 호사다마였다. 어느 범죄이든 재판으로 형이 확정되지 않는 한 혐의자, 피의자, 피고인 신분일 뿐이고, 그의 말대로 법정에서 무죄가 입증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현재의 상황은 그에게 최악이다.
특히 임실군민에게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관선군수시대라면 청렴하지 못한 인물을 군수로 임명한 중앙정부를 탓하겠지만, 지금은 민선단체상 시대다. 공교롭게도 군민들이 군수로 선출한 3명 모두 부적절한 처신, 공직자로서 매우 엄하게 다스리는 범죄로 처벌받고, 또 처벌을 기다리는 상황이 된 책임에서 군민들도 결코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됐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임실군민들 사이에서 "김진억 군수는 사퇴하라"라든가, "검찰은 임실 탄압을 중지하라"라든가, 좌우지간 어떤 목소리가 터져 나와야 마땅하지만 임실은 일단 침묵 속에 있다.
김군수가 두 번째 구속된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또 김군수가 재판을 받는 동안 부군수 대행체제가 가동되고, 군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제 임실은, 이같은 상황에서 임실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1995년 민선시대 후, 전국적으로 스타 자치단체, 스타 단체장이 곳곳에서 많이 탄생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지역경제를 일궈냈기 때문이다. 도내에서도 몇몇 단체장은 스타급에 속한다.
문제는 인물이다. 오로지 지역발전에 열정을 다하는 인물인가, 젯밥에 더 관심이 많은 인물인가 말이다. 물론 다른 광역시도에서도 선거법 위반과 뇌물죄 등으로 문제가 된 단체장이 적지 않다. 하지만 도내에서는 무려 10명이 넘는 단체장이 선거법과 뇌물 등 부적절한 혐의에 연루돼 제명을 다하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좀 심하지 않은가.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공직선거법에 '후보 관상' 조항이라도 넣어야 할 것인가 싶다.
/김재호(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