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었다고 괄시하지 마라. 사는 재미는 다 똑같다. 아니, 열정은 더 뜨겁다."
한 때는 하루가 멀다하고 붙어다녔던 동지들. 가난한 화단에서 젊은 날을 함께 보냈던 이들이 원로가 되어 다시 만났다. 지금은 가끔 막걸리잔을 기울이는 정도지만, 대신 세월이 들어찬 작업의 깊이는 더욱 깊어졌다.
'창립 2008 전북미술 원로작가 초대-삶의 향기'전(21일까지 전북예술회관)이 개막한 15일 저녁 전북예술회관. 이형구 전북미술원로작가초대전 운영위원장의 첫 인사말은 "건강하셨습니까"였다.
"그동안 전라북도만 원로미술인 모임이 없었습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여간 다행스럽지 않습니다."
이 위원장은 "진정한 원로는 작품에 삶의 향기와 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더운 여름 좋은 작품을 만났다"고 말했다. 축사를 하게된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과 김두해 전북미협 회장은 "감히 축사라는 말을 어울리지 않는다"며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부터 올렸다. 그들은 "선배님들로부터 많은 힘을 얻어왔다"며 "혹시 후배들이 잘못하는 일이 있다면 단호하게 채찍질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번 원로작가 초대전의 추대작가는 하반영 권병렬 전병하 박남재 권경승 최종인 이승백 김성태 조윤출 홍순무 박종남 김영성 황소연 장령 이용휘 임동주 최상기 김종범 정승섭 박민평 원창희 소병순. 고령이라 외출을 삼가는 하반영 전병하 선생과 병원에서 요양 중인 황소연 선생은 개막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전시 개막 하루 전에야 작품에 사인할 수 있었습니다. 후배들이 추천해 주니 보람되면서도 작품에도 신경이 많이 쓰이더군요. 더욱 책임의식을 가지고 작업하겠습니다."
조윤출 선생은 "장르를 떠나 여러 분야의 원로들이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자고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홍순무 선생은 "전·현직 미협 회장들이 엄격한 기준으로 추대를 했다고 하니 후배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원로작가라는 긍지를 가지고 후배들의 작업활동이 자극이 될 수 있도록 많이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원로작가들은 이 위원장을 비롯해 이일청 이강원 선기현 김두해 등 전·현직 전북미술협회 회장들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추대했다. 기준은 까다로웠다. 2008년 현재 전북에 거주하는 1941년생(67세) 이상 작가들을 대상으로 경력 및 화력, 서력이 30년 이상이고, 전북미술대전 및 전국규모 공모전 초대작가 10년 이상의 작가들을 모셨다. 초대전은 해마다 열지만, 작가 추대 심의는 2년에 1번씩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