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공부하는 엄마…'주부 자격증 시대'

영어지도사·독서지도사 등 다양한 강좌…눈높이 교육 위해 시작

주부들의 영어지도사나 독서지도사등 자격증 취득이 늘고 있다. 대개 자기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시작하지만 방과후 지도교사나 학원강사 등 부업으로 이어나가기도 한다. (desk@jjan.kr)

아이 눈높이 교육을 위해 직접 배워 자녀들을 가르치려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대학 평생교육원을 비롯해 각종 교육단체에서 영어, 독서·논술 등 다양한 자격증 강좌에 주부들이 몰리고 있는 것. 게다가 일부 자격증 취득은 방과후 지도교사, 학원 교사 등 부업으로 이어져 주부들의 경제활동 창구로도 이어지고 있다.

 

'조금만 더 투자하면 우리 아이도 영어를 잘 할 수 있다.'

 

자기 자식 영어 잘 하는 게 소원인 부모들은 이런 환상을 심어주는 사교육 업자들에게 꼬여 학원이며, 고액 과외를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언어를 배우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노출'과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상호작용'. 일상생활 속에서 '놀이'의 개념으로 쉽고 재밌게 영어 교육을 시키고픈 엄마들이 영어지도사 자격증 취득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간호사 직업을 가졌던 김예리씨(30·전주시 서노송동). 그는 5년 전 육아 부담으로 직장을 그만둔 후 아이를 낳았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아이 영어 교육을 위해 어린이영어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했다. 단지 영어를 아는 것에서 한 발 나아가 아이의 발달 상황에 맞게 영어를 효과적으로 가르쳐주기 위한 것.

 

"'I go shopping.' 그냥 읽으면 쉽게 안 들어와요. 특히 그런데 억양을 넣어서 리듬감 있게 읽으면 주의가 집중되죠. 이렇게 영어를 게임하듯 가르치는 법을 배우게 되요. 또 학원을 안 보내니까 자기 전이나 아이가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을 선택해서 맞춤식 지도가 가능하구요."

 

장숙현 전북대 평생교육원 초등학생영어지도사(48)는 "최근엔 이주여성들이 영어지도사 과정에 도전하고 있다"며 "말은 할 줄 알지만, 쓰기 문법 어휘 등 지도가 필요한 이주여성들이 참여해 자격증을 취득해 부업으로 나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독서·논술 지도사도 '열풍'이다.

 

황선혜씨(27·전주 평화동)는 독서지도사에 도전한 케이스.

 

황씨는 딸에게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주고 싶어 도전했다. 그가 알아봤던 방문교사수업은 글쓰기에 치중한 곳이 많아 기초부터 독서습관을 잡아주는 곳이 없었다.

 

남들이 좋다고 하면, 아이 눈높이에 맞는지 따져보지도 않고 책만 사주기에 바빴던 그였지만 독서지도자 과정을 하면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책을 고를 수 있었다.

 

"예전엔 전집 위주로 읽게 하고, 책에 관한 줄거리 정도만 훑도록 하는 게 전부였어요. 그런데 수업을 받아보니, 그림이 아이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한번 더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그림 그리기, 독후감 편지글로 써보기 등을 통해 독서를 다른 활동과 접목시키는 법도 배웠구요."

 

그는 현재 초등학생 아이들의 독서지도수업을 부업으로 하고 있다. 자격증 취득 후 지역 아동센터로 독서지도사 봉사활동을 하면서 경험이 쌓였고, 주변 엄마들의 부탁과 입소문이 이어져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것.

 

황춘인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독서지도강사(48)는 "알아서 책 읽는 아이는 거의 없다"며 "부모가 관심 가져주는 만큼 아이의 독서능력은 길러진다"고 말했다. 독서 기간을 한꺼번에 많이 확보하기보다, 잠들기 전 책 읽어주기 등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 아이와 책이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