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누구누구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일단 대단하다. 자신의 가치관이 바로 서있고 하고자 하는 것이 뚜렷할 때만 가능한 것. 주성치는 그 대단한 것을 해낸 배우이자 감독이다.
주성치의 매력에 빠져버린 건 2001년 개봉한 '소림축구' 때 일 것이다. 현란한 특수효과와 웃기면 안 되는 부분에서 한 박자 엇나간 웃음의 포인트하며 거침없는 액션까지 주성치만의 스타일은 중국 영화라면 몸서리치던 울렁증까지 완치시켰다.
그런 주성치가 4년의 공백기를 거치고 새로운 영화 'CJ7- 장강 7호'(이하 장강 7호)를 내 놓았다.
그의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 영화도 볼거리와 코믹함이 묻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와는 뭔가 다르다. 일단 주성치가 '아버지'가 됐다는 것, 그리고 눈을 뺏는 액션도 구사하지 않고 멋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분명 웃기기는 한데 슬픔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유치하다고 말하면서도 볼 수밖에 없는 주성치 영화 장강 7호의 매력에 빠져보자.
▲ 장강 7호는
부인을 잃고 아들과 둘이서 살아가고 있는 아버지(주성치). 그는 공사장에서 일하며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아들만큼은 명문학교에 보내고 싶어 한다. 아들 샤오디(서교)는 가난 하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지만 친절한 위엔 선생님(장우기)의 도움과 밝은 성격으로 학교생활을 해 나간다. 어느 날 아들을 위해 아버지는 쓰레기 더미 안에서 녹색 공 모양의 장난감을 주워오고, 샤오디는 장난감에 '장강7호'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영화의 끝에서야 샤오디가 알게 되는 사실이지만 사실 '장강 7호'가 외계생명체다.
전제 관람가로 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겠다. 러닝 타임이 88분으로 집중 시간이 짧은 어린이들에게도 안성맞춤. 그래서 인지 꼬마 관객들이 유독 많은 영화기도 하다. 영화 보는 내내 상영관 안에 울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피하고 싶다면 관람 시간을 적절히 맞추는 센스를 발휘해야 할 듯.
적어도 같이 상영하고 있는 전체 관람가의 영화 중 가장 많은 메시지와 웃음을 줄 수 있음은 틀림없다.
▲ 장강 7호의 매력
아들을 위해 공사장에서 일하는 아버지. 그리고 어른스러운 면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아이 같은 아들은 너무나 현실 같은 이야기다. 너무나 현실성이 부각돼 '주성치 영화 같지 않다'나 '짐작 가능한 이야기라 재미없다'는 평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소설이든 영화든 결국은 현실에서 시작되는 것. 어떤 면에서는 교육열에 불타는 아버지의 열정에 우리나라의 '치맛바람'을 연상케 해 오싹하기 까지 했다. 참신한 콘셉트의 영화는 아니지만 그 옛날 영화 'E.T'를 보며 느꼈던 훈훈함과 웃음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것이 매력.
재미를 더하는 조연들의 연기도 눈길을 끈다. 거구의 샤오디를 좋아하는 소녀와 부자집 도련님 등 학교를 배경에 두고 있어 등장하는 많은 어린 배우들(사실 거구의 소녀는 어린이가 아니지만)의 연기는 무척 인상적이다. 아무것도 아닌 걸로 잘난척하고 따돌리고 그리고 어느 순간 아무렇지 않게 친구가 되는 '진짜' 아이들의 모습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
비록 CG이지만 외계인 장강 7호는 하나쯤 가지고 싶은 캐릭터다. 장난감이라는 생각보다 애완동물 이라는 느낌이 강해 친근하게 느껴지기 때문. 주성치의 역할은 그의 다른 영화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아들 샤오디와 장강7호가 그 빈 공간을 충분하게 메우고 있다.
영화에서 늘씬한 몸매와 아름다운 외모로 남성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선생님 역할의 장우기는 최근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바로 한국 배우 송혜교와 똑같이 성형했다고 밝인 주인공이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