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중앙 최남단에 자리잡은 보성군은 3보향(寶鄕)을 자랑한다. 서편제 보성소리의 본향으로서 예향(藝鄕)이 그 하나며, 충의열사가 많아 의향(義鄕)이 그 둘이다. 세 번째가 전국 최대의 녹차생산지로서 다향(茶鄕)이다.
녹차는 특히 보성을 먹여 살리는, 보성 주민들에게 현실적인 면에서 가장 큰 보배다. 보성군 농업소득 중 녹차관련 소득이 쌀 보다 많은 전체 소득의 30%를 차지하며, 지역내 제조업 생산액의 72%가 녹차 관련 음식료품이다. 녹차의 흥망이 지역경제를 좌우할 만큼 보성군에서 녹차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군은 '녹차수도'를 기치로 세웠고, 녹차산업을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전국 차 생산량 37% 차지
보성의 녹차가 유명해진 것은 기본적으로 국내 최대 차 재배지라는 점이지만, 차를 기반으로 한 홍보마케팅이 큰 몫을 했다. 여기에 다양한 가공식품개발과 문화관광산업으로 연결시킨 전략도 먹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홍보 전략으로 보성군은 보성녹차를 대한민국 지리적 표시제(지역특산물의 지역표시권을 보호하는 제도) 제1호로 등록한 것과, 우주식품으로 선정된 것을 대대적으로 자랑하고 있다.
"선점효과가 크다고 봅니다. 진안에서 금산보다 많은 인삼을 재배하지만, 전국적으로 인삼하면 금산을 떠올리지 않습니까"
보성 녹차사업단 송봉석 단장은 1985년 보성 다향제를 열기 시작했으며, 차문화축제인 이 다향제가 보성녹차를 전국에 알리고 오늘의 보성녹차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됐다고 말했다.
보성군에서 차 재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는 1930년대부터며, 1970년대농업특화사업으로 차 재배가 확대됐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까지도 차 수요가 그리 많지 않았고, 재배기술도 발달하지 못해 그리 큰 각광을 받지는 못했다.
90년대 후반들어 차의 효능을 적극 알리고, 거기에 웰빙 바람을 타면서 녹차 수요가 크게 늘기 시작했다. 2007년말 기준 보성의 차 생산량은 8천462톤(건엽 포함)으로, 전국 생산량의 3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차 재배농가는 1363가구며, 940㏊가 재배되고 있다. 차 산업을 특화하기 전인 95년도 297㏊에서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경남 하동(15%)과 제주도(10%)가 보성의 뒤를 쫒고 있으며, 도내에서는 정읍에서 가장 많은 차를 재배하고 있다.
보성지역의 호당 평균 차 재배면적은 2001년 2.65㏊, 2004년 1.2㏊, 2007년 0.8㏊로 줄었다. 재배 농가가 크게 늘면서다. 그러나 5㏊ 이상 대단위 재배농가도 많아 타지역에 비해선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성지역이 국내 최대 차재배지로 자리잡은 데는 역사성과 함께 지역적으로 차재배에 적합한 기후 때문이다. 해양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대로 인한 안개발생이 많아 자연차광에 의한 맛과 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생엽 원료로 기능성 제품 속속 개발
보성군은 녹차를 6차 산업으로 부른다. 차재배(1차)와 가공(2차), 문화관광자원화(3차)를 합친 것이다. 실제 순천대학에서 분석한 보성녹차산업의 효과를 보면(2005년 자료) 생엽 생산액은 400억원인 반면, 녹차가공식품이 1172억원이었다. 고용효과 등을 감안한 파급효과까지 따지면 가공식품에서 3344억원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집안에 솥 하나만 있어도 녹차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실제 차 재배농가들 상당수가 생산에서 가공까지 담당한다. 여기에 음료시장에서 차지하는 녹차 비중이 크지 않아 차 가공업체가 영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차 수요가 늘면서 중견 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도 나온다. 대한다업과 보성제다, 녹차테크 등이 보성지역 녹차가공을 주도하고 있다. 보성군은 소규모 차 재배농가를 위해 55억원을 들여 올 가공유통센터를 완공, 식품대기업인 (주)동원F&B에 위탁운영토록 했다.
가공업체들은 생엽을 원료로 한 녹차 뿐아니라 기능성 식품류, 추출액 제품 등 다양한 녹차 가공식품을 개발했다. 국수 냉면 캔디 초콜릿 젤리 소금 라면 수제비 김치 된장 고추장 등에 녹차 첨가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캔음료 녹차소주 칵테일용 농축액 막걸리 기능성쌀도 생산하고 있다. 음식점에서 녹돈(녹차 먹인 돼지)은 보성의 특화된 음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어린 돼지에게 녹차를 먹일 경우 살이 찌지 않아 성돈이 된 후에 녹차를 먹입니다. 그렇게 하더라도 비게가 일반 돼지에 비해 1/3로 줄어듭니다."
보성읍내 한 음식점 주인은 녹차돼지를 보면 녹차의 확실한 다이어트 효과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녹차로 연 500만 관광객 유치
보성군은 녹차를 통해 오관만족을 내세운다. 생산성에는 떨어지지만, 산비탈을 깎아 만든 계단식 차밭이 멋진 경관을 연출하며 영화, 드라마, CF 촬영지로 각광을 받게 됐다. 덕분에 다향제때 100만명을 포함 연간 500만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관광명소가 됐다.
현재 12곳에 녹차 체험장과 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녹차 목욕탕이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며, 보성제 판소리와 주변 경관 등 유무형 문화관광자원을 연계시키려는 노력도 돋보인다. 순천대가 분석한 녹차로 인한 관광효과는 1200억원으로 분석됐으며(2005년 기준), 조만간 5000억원대가 될 것으로 군은 기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