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흑백목판화는 국제 반파시스트전쟁과 중화민족 해방전쟁의 투쟁 속에서 사회발전에 기여해 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흑백목판화가들은 사회적 책임감과 인간으로서 양심을 지닌 작가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중국 흑백목판화 예술. 1930년대 신흥목판화운동을 일으킨 노신 선생의 후예들이 전주에 왔다. 지난 29일 전북도립미술관에서 개막한 '21세기 중국 흑백목판화'전.
이날 개막식에는 출품작가인 리수친 강소성판화원 원장, 쟝삐보 중경대학교 교수, 리웨이 중국미협 기관지 「미술」 편집장, 따이쩡성 서남사범대학교 교수, 우르체브 내몽골사범대 교수를 비롯해 이광군 노신미술대학 교수, 손해연 중앙미술대학 교수, 백송주 요녕예술대학 교수 등 중국 미술가들이 참석했다.
"중국의 흑백목판화는 신중국 운명과도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흑백목판화가 사회주의의 새로운 문화의 역사적 발전에 기여를 해왔지만, 21세기 전후 사회주의 이념이 몰락하고 서양의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이 성행하면서 그 어떤 장르보다도 더 준엄한 역사적 시험대에 서게 됐습니다."
장삐보 교수는 "판화가 시대를 반영하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지만, 최근에는 판화의 언어와 기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흑백목판화는 다른 조형예술 장르가 대체할 수 없는 독특한 본질과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리수친 원장은 "개혁개방 이후 서양의 모더니즘이 중국에 미친 영향은 크다"며 "여전히 중국의 많은 작가들이 리얼리즘 계열을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 미술 안에는 다양성이 내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2006년 노신 선생 서거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중국 전시에서 95점의 작품을 재선정했다. 이광군 교수는 "정치적 목적은 배제하고 유명작가들 중심으로 표현방식이 다양하고 지역별로 고르게 출품할 수 있도록 했다"며 "중국 흑백목판화 예술의 최신작품으로, 중국 목판화의 수준과 여러 양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교수는 "중국에서는 21세기 중국 흑백목판화의 운명과 전망을 가늠하는 기회로, 흑백목판화예술의 웅비와 내재된 창조력, 사회적 심미기능을 환기시키는 전시로 주목받았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5일까지 도립미술관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