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窓] 전주시의 이상한 침묵

김성중(편집부장)

안세경 전주시 부시장의 요즘 심정은 처참, 바로 그 자체이다. 송하진 시장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전주시의 상수도 유수율 제고 사업자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법원의 판결 때문이다.

 

법원 판결 이전까지 '사필귀정이 될 것'이라며 부시장으로서 자신이 지휘했던 업무에 강한 자신감을 보여왔던 그였기에 충격과 파장은 더 크리라.

 

전북도는 법원 판결에 앞서 전주시 감사를 통해 상수도 사업자 선정 과정이 잘못된 사실을 밝히고 안세경 부시장를 비롯한 관련 직원들의 징계를 결정했다. 경징계도 아니고 중징계다.

 

공무원, 특히 안 부시장처럼 고위공무원이 중징계를 한번 받으면 사실상 진급이나 영전은 꿈도 못꾸는 게 현실이다. 이는 안 부시장이 법원 판결 이전부터 전북도의 징계 결정에 정면으로 맞선 이유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안 부시장의 '저항'은 자신이 모시는 송하진 전주시장과 징계를 결정한 관청의 수장인 김완주 도지사간의 갈등 국면을 불렀다. 이들의 다툼은 법원과 검찰은 물론 심지어 헌법재판소까지 이어졌다.

 

혹자는 양측간 '전쟁'의 배경이 정치적, 인간적 갈등에 있었노라고 분석한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고 봐야한다. 이번 사안은 '전주시의 업자 선정 절차가 잘못됐다'는 법원의 판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서다.

 

우리 사회는 흔히 어떤 갈등과 대립이 있을 때 본질보다는 그 이면이나 배경을 따지는 경향이 짙다. 이렇게 되면 사실 관계를 냉정하게 판단해 일을 매듭짓기는 커녕 곁가지가 본질로 부각되는 엉뚱한 상황을 가져오게 된다.

 

이번에 있었던 도와 전주시의 갈등에 '전주시의 행정 잘못' 이외의 곁가지를 들춰내면 안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래서인데 일머리의 순서상 안 부시장과 전주시를 이끄는 송하진 시장은 도의 징계를 고민하기에 앞서 '잘못'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맞다.

 

최근들어 송 시장이 어렵게 끊었던 담배를 다시 찾아 문다고 한다. 또 간부들을 향해 "여러분들을 믿고 어떻게 일을 하겠냐"고 하소연 했다고 들린다. 송 시장의 고충에 연민의 정이 가지만 그렇게 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내부적으로 조직을 추스리는 건 기본이고 외부적으로도 해야 할 책임과 도리가 있다는 말이다.

 

두 사람이 책임과 도리를 다하는 방법 중의 최우선은 전주시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이다. 선거에서 송하진을 전주시장으로 뽑아준 시민들은 '잘못'한 간부와 전주시를 이끈 시장의 해명과 사과를 받을 자격이 있다. 촛불이 활활타올랐던 엊그제 대통령도 그를 당선시켜준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지 않던가.

 

들리는 말에 의하면 송 시장과 안 부시장은 대시민사과를 생각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달이 넘도록 아무런 말이 없다. 시기를 놓쳤거나, 다른 이유로 시점을 미루는 지 모르겠지만 그냥 넘어갈 요량이라면 오산이다.

 

왜냐면 시민들은 '행정의 달인'이라고 해서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수 이후에 보여주는 책임감과 겸손함에서 진정한 달인의 풍모를 느끼는 게 우리네 풍속이다.

 

조만간 전북도가 관련 위원회를 열어 안 부시장 등에 대한 징계를 결정한다고 한다. 문제는 징계의 수위와 관계 없이 사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사과할 때를 놓쳐 열배, 백배의 고통을 치르는 모습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다행스럽게도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전주시의 '이상한 침묵'을 더이상 보고있기가 힘들다.

 

/김성중(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