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주보기] 디자인은 상상력+창의력 -정성환

정성환(전북대 교수)

디자인 - 물론 누구나 할 수도 있다.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창의력이란 훈련된 상상력은 이다.'라고 창의력이 정의되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상상력, 창의력은 지식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은 꼭이 디자인이 아니어도 모든 분야에서 당연시 되고 있다.

 

상상력, 창의력, 디자인 - 이렇게 생각하는 것, 이렇게 시작하는 것.

 

매일 쓰는 비누가 매번 물에 퉁퉁 불어 있어 불쾌했다. 참으면 상상력도 창의력도 필요 없다. 자전거 보관대에 놓아두었던 자전거 바퀴의 바람이 빠져 낑낑대고 바람 넣으러 가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역시 상상력도 창의력도 필요 없다. 그렇지만 파인애플 통조림 모양으로 생겨 걸어 놓을 수 있도록 비누를 만들면 어떨까, 자전거 보관대 끝에 공기펌프를 달아 놓으면 어떨까 라고 생각해보았다면 그것이 곧 상상력이고 창의력이다.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디자인이다. 누구나 상상을 시작하는 순간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디자인 -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디자인은 처음 제안된 것과 최종 결정된 것이 전혀 달라진 경우가 많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계원이 고치고 계장, 과장, 부장, 그래서 사장까지 고치고 나면 결국 원래의 디자인은 괴물이 되기 마련이다. 애초에 디자이너의 의견 따위는 별로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경험과 몇몇 디자인을 예를 시작으로 경쟁적으로 평가를 시작, 결정과정에 참여한 모든 이의 의견을 종합하면 도무지 아무런 대책이 없는 난감한 경험을 디자이너라면 대부분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종종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왜 다들 그렇게 디자인에 대해서만은 자신이 넘치는지 자신의 의견을 꼭 반영하려 하는지.

 

더 큰 문제는 여론조사로 디자인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것도 각각의 디자인에 딱지를 붙이는 -방송에서 하는 것과 같은 원시작인 조사방법으로- 디자인 목표, 의도, 예측되는 결과에 대한 전략적 이해가 전무한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그래서 좋은 디자인이 결정될 수는 정말 없지 않은가.

 

기적을 이루는 디자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디자인의 성공 사례 중 극단적인 사례로 일본의 한 유제품회사는 브랜드와 포장디자인을 교체하여 매출이 180배가 증가하였다고 한다. 멕시코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의 맥주회사의 매출이 1.8배가 증가했다는 사례도 있다. 두 사례 모두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디자인이 기업에 기여하는 바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것은 이해와 신뢰가 있어서 이지 않았을까. 디자인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며 디자인은 디자이너들의 정말 치열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통해 만들어지며 결과가 예측 가능하다라는 믿음을 가져줄 때 기적을 만드는 디자인은 가능하지 않을까.

 

본디 디자이너들이란 잘 쉬지 않고 잘 자지도 않으면서 고민을 하는 족속들이다. 내 주위에 많은 디자이너들은 백발에 머리가 절반쯤은 빠진 이들이 많다. 나 또한 아주 젊어서부터 백발이었다. 이것만으로도 디자이너들이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보다는 좀 더 전문가일 수도 있다고 믿어만 준다면 디자인이 지금보다는 훨씬 신날 것 같다.

 

/정성환(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