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 새만금, 도나우인젤을 반면교사로 - 곽동희

곽동희(서남대 교수)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 들어서면 쾌적한 공기와 풍부한 다뉴브 강물이 고풍스럽고 깔끔한 거리와 함께 어우러져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의 하나로 손꼽히는 이유를 먼저 몸의 감촉으로 느끼게 해준다. 비엔나 시가지 한복판에 들어서면 쉽게 눈에 들어오는 독특한 탑 모양의 건축물이 있다. 비엔나의 쓰레기 소각장이다. 1987년 화재로 다시 지어진 이 건축물은 소각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름답고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다. 비엔나의 한 복판에 소각장을 짓는 무모함에 놀랄 수도 있지만, 기피의 대상을 창의적인 건축물로 승화시킨 발상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소각장이 많은 관광객들이 둘러보는 화려한 건축물임에 반해 비엔나를 관통하는 도나우강의 인공섬인 도나우인젤(Donauinsel)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도나우강은 총 4개의 지류로 비엔나를 통과하게 되는데 여름 호우 때마다 강물이 시가지로 범람하는 상습 침수지역이었으나, 운하를 건설한 후 홍수 피해 없이 운하와 연계한 관광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비엔나는 도나우강을 직강화하고, 발생한 하천의 준설토를 활용하여 인공섬을 건설했다. 이 섬은 42km의 긴 띠처럼 늘어져 운동과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이 비엔나 운하를 조성할 당시에는 환경파괴적인 토목공사로 인한 홍수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으나 이를 말끔히 불식시키고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탄생하였다. 근래에 한반도 대운하로 인해 벤치마킹 차원에서 다녀간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도나우강을 유심히 바라보면 도나우인젤로 나뉘어진 좌우의 강물의 색깔이 크게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인공섬이 단순히 홍수 방재용이 아닌 강둑여과와 같은 인공적 수질정화 기능을 가진 이유이다. 현명하게도 수문조절 설비를 갖추어 많은 비가 내릴 때에는 좌우 수위의 차이를 없애 빠르게 유출시키는 한편, 정화가 요구되는 시기에는 수위차를 형성시켜 정화를 유도하는 방재와 정화기능을 동시에 갖춘 시설이다. 이러한 기반 위에 도나우인젤 위에는 아름다운 잔디광장으로 포장이 되어 있고, 매년 6월 말에는 비엔나 최고의 여름축제인 도나우인젤 페스트가 펼쳐진다.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될 때에는 다양한 평가지표가 있겠지만 앞에서 소개한 '도시개발의 도전과 수질정화의 지혜'만으로도 비엔나를 디자인한 사람들의 지혜가 흠뻑 느껴져 살기 좋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혹자는 도시계획이 지나치게 인공적이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말이다.

 

지난 9월 5일(금)에는 전북도청에서 새만금공청회가 열렸었다. 반복된 해외출장의 피로를 억누르고, 1년 동안 새만금의 장에서 멀어져 있었던 필자도 오랜만에 방청객의 일원이 되어 공청회에 참석하였다. 토지이용구상에 대한 다양한 계획과 의견이 제기되었고 공청회장은 어느 때보다 참석자가 많아 화려하였다. 공청회장은 토지이용과 개발에 대한 욕구 그리고 친환경과 수질보전에 대한 거듭 강조된 연설이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비엔나의 도나우젤과 같은 고민의 흔적과 지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비엔나보다 훨씬 늦게 출발하는 새만금 간척사업, 대한민국의 선진화된 기술에 어울리는 차원 높은 수질보전 구상을 기대하는 것이 과연 무리인가?

 

/곽동희(서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