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선왕조실록 복본화사업, 기대 크다

전주시가 조선왕조실록을 전주 한지에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5억 원을 들이는 이 복본화사업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에 걸쳐 실시된다. 전주 한지의 우수성과 전통문화중심도시로서 전주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라는 점에서 좋은 착상이다. 오히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조선왕조실록과 전주와의 인연이나 상징성을 고려할 때 좀 더 일찍 착수했어야 할 사업이다.

 

이 실록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이자 국보 151호다. 더욱이 전주와의 인연이 남다르다. 조선 왕조 자체가 전주에 탯줄이 있는데다 전주가 유일하게 이 실록을 지켜내지 않았던가.

 

이 실록은 임진왜란 당시 서울의 춘추관과 전주, 충주, 성주 등 4대 사고(史庫)에 분산 보관되어 있었다. 그 중 전주사고 실록만이 살아 남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조정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었을 급박한 상황에서 참봉 오희길과 유생 손홍록, 안의가 발벗고 나서 실록을 내장산으로 옮겨 아찔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이들 평범한 전라도 백성들의 헌신적인 희생이 없었다면 조선시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세계적 기록물은 영영 보지 못했을 것이다.

 

전주시는 전주사고에 보관됐던 태조에서 명종까지 614책 5만3102면에 대한 이미지 파일을 규장각으로 부터 확보한 뒤 이를 전주 한지에 그대로 재현해 낸다는 것이다. 이 사업으로 전주 한지의 역사성과 우수성이 다시 한번 알려져, 한지산업이 꽃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사실 전주 한지는 질적 우수함과 역사성을 갖고 있음에도 후발주자인 원주 한지를 비롯 일본이나 중국 한지에 설 자리를 많이 잃었다. 최근 다시 공격적 마케팅으로 부활 조짐이 보이고 있으나 배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 종이문화축제나 한지공예대전 등으로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또 미국 뉴욕에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관저 게스트룸을 전주 한지로 꾸미면서 세계화 가능성을 열었다.

 

아쉬운 점은 이번 복본화사업이 명조때까지만 하는 점이다. 철종때까지 전체를 다 하는 것이 완성도 면에서 낫지 않을까 싶다. 또 차제에 전주 한지가 과연 질적으로 경쟁력이 있는가에 대한 냉정한 점검도 필요하다.

 

이번 사업을 계기로 전주 한지가 한(韓)브랜드의 대표주자로 각인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