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전쟁' 이시은 "스타 꿈 아직 안 버렸어요"

25일 개봉 극장판서 이혼녀 역

"또 알아요? 푼수 아줌마 역으로 스타가 될지?"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단골 출연자인 아줌마 배우 이시은(38)은 사실 데뷔 이듬해인 1994년 가을만 해도 가장 주목받는 스타 중 하나였다. MBC 공채 22기인 그의 동기는 심은하와 차인표. 두 사람이 각각 그해 초와 여름에 '마지막 승부'와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단번에 톱스타에 오른 뒤 이시은에게도기회가 왔다.

 

당시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질투'의 이승렬 PD가 그를 조정 경기를 소재로 한 청춘드라마 '도전'의 여주인공으로 낙점한 것이다. 캐스팅 당시 이시은의 별명은 '제2의 최진실'이었다. 동기생 박형준과 호흡을 맞췄던 이 드라마는 하지만 저조한 시청률로 참패를 했고 이시은은 여주인공이면서도 유학을 가는 설정으로 중도 하차해야 했다.

 

"스스로 부족한 연기에 대한 괴로움도 컸고 연예계에 대한 회의까지 느꼈다"는 이시은은 이후 결혼과 두 아이의 출산으로 연기 생활을 중단했고 같은 출발선에서 연기를 시작했던 다른 동기들의 성공을 멀리서 지켜봐야 했다. 연기자와 스타의 꿈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은 둘째 아이의 두 돌이 막 지났을 무렵이었다. "연기자의 끼를 버리기 아깝다"는 남편의 격려에 힘입어 TV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 출연하기 시작했고 이 드라마를 통해 화려한 스타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팬들을 가진 주부 연기자로 자리매김을 했다. 이시은은 25일 '사랑과 전쟁'의 극장판 개봉을 앞두고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데뷔 때는 잘 몰랐던 연기의 맛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부부간의 갈등이 주요 내용인 만큼 '사랑과 전쟁'에 출연하는 여배우들의 배역은 주로 남편을 빼앗기는 역과 빼앗는 역 두 부류로 나뉜다. 450화에 이르기까지 9년 가까이 '사랑과 전쟁'에 출연한 이시은 역시 남편의 바람에 힘들어하는 순진한 주부에서 남편을 빼앗는 악역까지 뺏기는 역과 뺏는 역을 오가며 다양한 역을 연기했다. "꽃뱀역할만 못해보고 '사랑과 전쟁'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거진 다 해본 것 같아요. 인터넷 채팅에 빠진 순진한 주부역도 해봤고 시어머니를 내다 버리는 못된 며느리도 돼봤죠. '장수' 드라마에 고정으로 출연했으니 '사랑과 전쟁'이 제 대표작이된 셈이에요." '12번째 남자'라는 부제를 가진 극장판 '사랑과 전쟁'은 남편의 바람에 맞바람을 피우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시은이 맡은 역은 여주인공에게 가정으로 돌아갈 것을 권하는 이혼녀다. 이혼해 보니 결국 가정을 지키는 게 정답이었다며 여주인공을 설득하는 인물이다. "부부싸움 전문 연기자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부부 관계를 상담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시은은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다. 영화도 드라마도 결국은 이 점을 말하고 싶은 것같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4주간의 조정기간'은 '가정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라는 의미거든요. 어떤 부부든 권태기나 냉각기가 있기 마련이니 잘 넘겨야죠. 외도를 하거나 서로 목소리만 키우다가는 상황이 악화되기만 하니까요." 이시은은 KBS 아침드라마 '난 네게 반했어'에 피아노학원 원장 문매향 역으로 연기 영역을 넓히고 있다. 노처녀이자 푼수로 드라마에 감초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오래 가는 연기자가 되고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어요. 다양한 역할을 해보니 연기에 자신감도 생기고요. 순간순간 열심히 연기하다보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또 알아요? 이러다 푼수 아줌마 같은 역할로 제대로 한번 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