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진안 용담댐 자연생태공원. 용담댐 광장 길목에 자리한 이곳에 들어서자 수년째 굳게 닫힌 화장실이 제일 먼저 눈에 띠었다.
유리문 사이로 비치는 화장실 내부는 청소한 흔적은 커녕 쓰레기와 함께 흙 묻은 발자국으로 뒤범벅이 돼있었다. '동절기 수도동파로 화장실 이용을 한시적으로 중지한다'란 안내문구만 덩그렇게 내걸렸다.
공원 안내도가 세워진 공원 입구에는 오래전 폐업한채 방치된 ○○휴게소 모습처럼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었다. 마치 문 닫은 수목원을 연상케 했다.
길게 늘어선 폭 2.5m 산책로 주변에 식재된 벚나무는 대부분이 이미 고사돼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있다. 산책로를 따라 걸음을 옮기는 동안 내려쬐는 뙤약볕을 가려줄 아름드리 수목은 고사하고, 군데 군데 식재된 만주고로쇠며 피나무 등도 이미 말라 죽거나 고사가 진행중이었다. 산책로 중간쯤 심어진 피나무 한 그루는 아예 흉고부분이 꺾인 채 볼썽사납게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멀쩡한 수목이라곤 공원 입구 10여 그루의 잣나무 등 일부에 그쳐 '뭣하러 심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생태연못 또한 한켠에 물을 순환시킬 펌핑시설이 설치돼 있음에도 퇴적된 녹조현상만 보일 뿐 생태학습지와는 거리가 먼 허울뿐인 '방죽'에 불과했다.
용담댐 건설 당시 K-water에서 십 수억원의 국민 혈세를 들여 조성한 자연생태공원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채 이처럼 내팽겨쳐 있었다. '휴식공간 제공'이라는 당초 취지는 말뿐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댐막이 공사를 하면서 생긴 허드레 토사를 이용해 다진 터 위에 댐 좌안을 따라 3km구간의 산책로를 개설하고, 그 주변으로 관상목 등 수목 3000여 수를 심어놓은 지 7년 여가 지난 이곳 현장을 통해서다.
이곳을 책임지는 댐관리단 관계자는 "자연생태공원이라 자연 그대로 가꿨기 때문"이라는 해명에는 댐관리단이 왜 있는지를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관리부실로 몇 십그루의 수목이 고사된 것도 문제지만 거닐고 싶을 만한 산책로 여건들이 충족돼 있지 않은 점이 더욱 문제다. 방문객이 있을리 만무하다. 실제 취재당일 단 1명의 방문객도 보이질 않았다.
산림조합 중앙회 진안연수원 한 관계자는 "당초 수목선택 자체가 잘못됐다. 일시적인 활엽수보다 가문비나 잣나무 등 사계절 푸르른 침엽수 위주의 상록수를 심어놓지 않은 게 아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