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e지원 복제 법적근거 없다" 해석

"전용선 설치도 법에 어긋나"…검찰 수사에 영향 줄 듯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이 생산한 국가기록물에 대한 열람권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e지원의 복사본을 제작해 봉하마을에 설치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법제처의 해석이 나왔다.

 

국가기록물 유출 논란에서 한 발짝 비켜서 있는 법제처가 이 같은 법령 해석을 내림에 따라 검찰이 향후 노 전 대통령 조사 및 관련자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결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기록원은 법제처에 노 전 대통령 측의 e지원 복사본 제작과 관련해 문의한 결과 "대통령기록물관리법상 열람의 범위에 사본 제작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의회신을 최근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법제처는 회신에서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지정기록물에 대해 국회, 고등법원장, 대통령기록관 직원의 경우에 한해 일정한 요건에 따라 열람, 사본 제작 및 자료제출을 구분해 허용하고 있다"며 "열람은 사본 제작 및 자료 제출과 구분되는 개념과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법제처는 "일반적으로 열람은 `책이나 문서 따위를 죽 훑어보거나 조사하면서 봄'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열람은 해당 정보를 일회적으로 보도록 하는 것으로 사본 제공 등의 방법과 구분된다"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국가기록물 무단 유출 논란이 일자 e지원 사본을 제작해 봉하마을 사저에 설치한 것은 국가기록물에 대한 열람권에 근거한 조치였다고 주장해왔다.

 

법제처는 이 밖에 노 전 대통령이 국가기록원에 요청한 온라인 열람 서비스 제공도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법제처는 "열람은 정보 제공 중 가장 제한적 방법으로 일회적으로 한정된 장소에서 정보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사저에 전용선을 설치해 대통령기록관의 전산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하면 언제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 사본 제작과 실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고 강조했다.

 

또 "온라인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의 특성상 항상 해킹 등으로 인한 정보 유출의위험에 노출되는 만큼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비밀성을 고려할 때 전직 대통령 사저에서의 온라인 열람은 법이 정하는 열람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해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의견 조회 요청을 받은 국가정보원과 국군기무사령부 또한 해킹 등의 우려를 들어 온라인 열람 방식에 반대했다.

 

국가기록원은 법제처 등 여러 기관의 의견을 바탕으로 노 전 대통령 측에 조만간 온라인 방식의 대통령기록물 열람 편의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국가기록원으로부터 법제처의 회신서를 넘겨받았으며 노 전 대통령과 고발된 참여정부 비서ㆍ행정관들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하는데 참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