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함께 하는 시와 소리의 여섯 번째 만남이 이번엔 트럼펫을 챙긴다.
트럼펫은 높으면서도 명쾌한 음색을 지녔지만, 때론 우수에 젖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악기.
경쾌하면서도 애수에 젖는 소리가 시와 함께 호흡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26일 오후3시 스타상호저축은행 부설 고하문예관.
'신발 아래 질척거리며 달라붙는 / 흙의 무게가 삶의 무게만큼 힘겨웠지만 / 여기서만은 우리가 알고 있는 / 아픔이란 아픔은 모두 편히 쉬고 있음을 알았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중에서)
이날 허형만 시인이 읊을 시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아버지' '영혼의 눈'.
그는 겨울 들판 매운 바람을 맞으며 느끼게 되는 따사로움을, 논두렁 밭두렁 사이의 키 작은 들풀들이 기다리는 햇살을 응시한다.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열게 해준 아버지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가 봄비에 가라앉은 미세한 꽃그늘에 눈길을 두는 시선도 만날 수 있다.
'우리가 디딘 땅은 높고 낮아도 / 우리가 사는 곳은 멀고 험해도 / 호수에서 만나면 하나가 된다.'
('물' 중에서)
이어 이세재 시인이 '물' '문(門)' '냉장고' 등 3편의 시를 줍는다.
이날 트럼펫소리는 황병근 전 한국예총 전북연합회장이 이탈리아 민요 '돌아오라 소렌토로' 정지용의 '향수'를 연주할 예정.
허씨는 한국시인협회 부회장 겸 심의위원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작품 선정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목포대 국문과 교수와 중국 옌타이대학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씨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현재 우석고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하고 있다.
최승범 시인은 "이번 시와 소리의 만남을 통해 '비이장목(飛耳長目·먼데서 일어나는 일을 능히 보는 눈과 귀)'을 위해 귀를 세우고 눈을 닦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