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술판 전락한 화합대회

김제시가 지난 23일 개최한 이·통장 한마음 화합대회가 본래 취지를 벗어나 소주와 맥주병이 나뒹구는 술판으로 변질 돼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아도 될 시청 실국장과 과장, 일부 주무담당(계장)들까지 참석, 이·통장 화합을 위한 대회가 아니라 시청 간부들을 위한 오락행사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본청 간부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결재라인 공백으로 민원인들이 큰 불편을 겪어 원성을 사기도 했다.

 

시는 지난 23일 주민들의 교량 역할과 행정 최일선 업무를 맡고 있는 이·통장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17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실내체육관에서 화합 한마당 자리를 마련했다.

 

또한 일부에서는 협찬금 명목으로 적잖은 돈을 기부한 것으로 전해져 이날 행사에 들어간 돈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대회에는 이건식 시장을 비롯 시의원, 이·통장, 간부공무원 등 700여명이 참석해 각 읍면동별로 운동경기와 노래자랑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오전행사를 마친 후 실내체육관 앞 마당에 마련된 읍면동 천막에서 점심시간부터 일부 간부공무원들과 이·통장들이 술자리를 함께하면서 늦게까지 술판이 이어졌다.

 

월촌동에서 참가한 한 시민은 "요즘 비가 오지 않아 밭작물이 타들어가 물주기도 정신이 없는데 무슨 이·통장 체육대회를 한다고 오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시와 때도 모르는 정신나간 사람들이다"고 성토했다.

 

또다른 한 시민도 "지방자치 선거가 1년6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마련된 이·통장 한마음대회는 시장의 민심달래기가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시 관계자는 "이날 행사는 이·통장 협의회에서 요청, 행사를 치를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일선에서 고생하는 이·통장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자리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빙자한 다른 목적이 행사 이면에 숨어 있다면 시민들의 적잖은 저항을 받을 것이다. 시민의 혈세가 봉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