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법부 60년] "냉철한 판단력과 함께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정갑주 전주지방법원장

사법 60주년을 맞아 정갑주 전주지방법원장은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그 역할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13일 부임, 7개월이 지난 정갑주 원장으로부터 사법 60년 얘기를 들어보았다.

 

▲ 사법 60년을 맞이한 소감이 어떻습니까?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되어 다시 새로운 삶을 출발하는 셈인데, 그동안 이룩한 발전의 터전 위에서 더욱 선진화된 사법을 구축하기 위한 새 출발을 다짐하는 계기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봅니다.

 

▲ 지난 역사에서 업적을 한가지만 꼽는다면?

 

-사법권 독립이 확립된 것이라고 봅니다. 군사정권 암흑기였던 1971년 1차 사법파동 등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법관들이 스스로 나서 사법권 독립을 위해 끊임없이 싸워 왔습니다. 현재 사법의 위상은 법관들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준 국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전북에서 가인 김병로 대법원장을 배출한 것도 꼽고 싶습니다. 가인 선생은 함께 법조 3성으로 불리는 최대교 전 서울고검장, 김홍섭 전 서울고법원장 등이 초창기에 사법부의 기틀을 확실히 잡아주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전두환 노태우 단죄와 전북지역 큰 관심사였던 새만금 판결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봅니다.

 

▲ 향후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법원 존재의의는 무엇보다 재판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판중심주의나 구술심리 모두 재판을 법정 중심으로 제대로 하기 위한 방편이죠. 아직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다소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관과 직원들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사건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실생활에 밀접하게 부합하는 판결이나 조정이 이뤄지도록 법원 가족들에게 당부할 것입니다. 특히 서해안시대를 맞아 중국, 일본, 동남아 지역과 교류, 세계속의 전주지방법원이 되도록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 전주지방법원의 서비스 수준은 어느정도라고 보십니까?

 

-요즘 재판은 당사자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하여 피고인, 증인 등의 말을 많이 듣고, 더 친절해졌다는 점에서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물론 더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봅니다. 일단 민사재판에서는 쟁점 중심으로 구술변론과 증거조사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고,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의 인권보장 및 피해자 보호에 힘쓰면서 법정중심으로 심리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민원업무는 법원과 국민이 직접 얼굴을 대면하는 서비스 업무입니다. 법원 직원들이 열심히 하고 있지만, 민원인에게 더욱 친절하게 다가가도록 지도해 나가겠습니다.

 

▲ 새로운 사법 60년을 이끌어 나아갈 후배 법관, 미래 법관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조언해 주시죠.

 

-머리로 하는 재판이 아니라 머리와 가슴으로 하는 재판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법관은 냉철한 판단력과 함께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도 갖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평소 법관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역지사지'와 '배려', '대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법관이 주변 동료 등과의 대화에 소홀할 경우 독단과 아집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명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국민이 우리에게 재판권을 부여한 이유와 정신이 어디에 있는지 깊이 생각하고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 도민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격변의 60년동안 열심히 했다고 해도 국민의 높은 기대수준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국민을 더욱 잘 섬기는 사법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건의 공정하고 정확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법원이 높은 지형에 건축된데다 낡았습니다. 연로하신 분이나 몸이 불편한 분들이 이용하는데 불편을 드려 죄송하며, 신속하게 신축 이전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