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窓] 대풍의 해 추곡수매가 접점찾기 - 홍동기

홍동기(편집부국장)

바야흐로 수확의 계절이자 축제의 계절이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예년과 달리 올해에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집중호우및 태풍등의 피해가 거의 없어 쌀과 과일 등의 농작물이 풍작이다.

 

수확 막바지까지 기상이 심술을 부리지 않는다면 근년에 보기드물 정도의 대풍년의 해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올 가을에 열리는 축제들도 한층 넉넉하고 고조된 분위기이다.

 

일례로, 농경문화를 테마로 동양 최고최대의 수리시설인 김제 벽골제 일원에서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열린 제 10회 지평선축제도 여느해보다 빛깔좋은 황금물결이 일렁이는 들녘및 코스모스 등을 배경으로 역대 최다 인파(주최측 120만명 추산)를 끌어들였다 한다.

 

4년 연속 대한민국 최우수 관광축제로 선정된 평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성황을 이룬 셈이다.

 

그러나 외견상 풍성함과 달리 쌀 때문에 곡창지역인 전북에선 시름및 고심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많다.

 

더욱이 노동계의 춘투(春鬪)처럼 추곡수매를 둘러싼 농업계의 추투(秋鬪)마저 예고돼 비상 직전이다.

 

올해 쌀 생산량은 좋은 기상여건과 병충해 피해가 적어 지난해보다 적게는 6%, 많게는 20%이상 증수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공공비축미 매입량과 소비자들의 쌀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에서 풍년으로 쌀 생산량은 크게 늘어남으로써 금년산 추곡수매가격 책정이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정부가 공공비축용으로 사들이는 쌀은 40만톤으로 지난해보다 7%가 줄었다. 전북지역 배정 공공비축용은 지난해보다 1만90톤이 감소한 8만4160톤이다.

 

식생활변화로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06년 78.8㎏, 2007년 76.9㎏에 이어 올해에는 75.6㎏로 전망되는등 매년 감소추세이다.

 

도내 농민들은 올해 비료·기름값 등 농자재 값이 폭등해 허리가 휘었다며 생산비가 보장될수 있는 추곡수매가의 인상을 고대하고 있다.

 

농민회 등 농민단체들은 조곡기준 40㎏당 7만원선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특등급 기준 5만50원으로 잠정책정된 공공비축미 출하거부 운동및 벼적재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도내에서 생산되는 쌀 대부분의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농협및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은 올해 생산비 증가및 농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경영상 시장가격이상의 수매가를 책정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RPC들은 산지쌀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계절진폭도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시장가격이상으로 수매할 경우 도산위기로 내몰릴수 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또 전북지역의 경우 소비처가 적어 관내에서 생산된 쌀의 2/3이상을 수도권 등 외지에 지속적으로 내다팔아야 하는 처지에서 가격경쟁력을 잃어 판매처 확보가 어렵게 된다고 호소한다.

 

한 RPC 관계자는 "올해 시장가격이 5만 1천∼2천원선에 형성되고 있다"며 "지난해 수매가 4만8천원보다 3천∼4천원 이상의 높은 수매가 제시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그 어느해보다 추곡수매가를 놓고 RPC와 농민간의 격차가 현격해 적잖은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빠른 시일내 전북쌀의 경쟁력 확보, 농민과 RPC가 상생할수 있는 합리적인 추곡수매가 접점찾기로 진통이 최소화되길 기대해본다.

 

전세계적으로 곡물가격이 급등, 식량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들의 영농의욕이 꺾여 주곡인 쌀이 자급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지지 않도록 정부도 시장기능에만 맡겨놓지 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농업현장의 목소리가 새삼 크게 들려온다.

 

/홍동기(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