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스스로 마음의 벽을 만들지 말아야"

"더 이상 밑은 없다는 생각을 해야 연예계 생활 견뎌"

연예계가 잇단 흉흉한 소식에 망연자실하고 있는 가운데 배우 안성기(56)가 "스스로 마음의 벽을 만들지 말아야한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안성기는 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어쩌다 계속 이런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서도 "모든 것은 생각의 문제 같다. 생각을 바꾸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강조했다.

 

다섯 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 한국 영화 황금기를 이끌고, 올해로 연기 인생 52년째를 맞고 있는 안성기는 "나는 정말 다행히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써서 그런지 큰 고통없이 지금까지 지내왔지만 요즘 후배들은 내가 활동했던 시절과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며 말을 꺼냈다.

 

"요즘에는 모든 인간관계가 비즈니스로 맺어지다보니 진정으로 위로를 주고 받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것 같아요. 매니지먼트사로부터도 도움을 못 받게되죠. 차라리 예전에 매니저 없이 혼자 활동했을 때가 오히려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혼자서 모든 것을 해 나가야하니까요. 하지만 요즘에는 일로나 마음으로나 연예계에서 의지가 될 상대를 찾는 것이 힘든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약한 생각을 할 수는 없는 법. 안성기는 "더 이상 밑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연예계 생활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위만 보고 살면 늘 가난하고 궁핍하고 상대적으로 모자라다는 생각만 들게 됩니다. 하지만 연예계에 갓 데뷔했을 때를 생각하고 그때의 초심을 기억한다면 더 이상 밑은 없게 되죠. 그런 생각을 늘 염두에 두면 어려움이 닥쳐도 충격은 분명 덜 할 것이고 또다시 무엇을 하는데 있어 용기도 생길 것입니다."

 

최근 한 달 사이 연예계에서는 정상에 있던 배우부터 이제 갓 여기저기 얼굴을 비치던 초년병까지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 원인으로는 우울증, 악플, 경제적 비관, 악성 루머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유가 어떻든 그 모든 자살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안성기는 "제도적으로 인터넷 실명제 도입 등이 뒷받침되야 한다고 생각하고, 연예인 개개인은 자기 자신의 절대적인 가치 기준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일이 언제나 잘될 수만은 없으니 잘되는 것의 기준이 아니라 일 자체에 대한 즐거움과 자신이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가치 기준을 마련해야합니다. 또 일을 안 할 때가 제일 중요한데, 그 시간을 단단하게 살찌울 수 있는 무엇인가를 스스로 만들어야합니다"

 

그는 또 "부나 인기는 창출하지 못하지만 그것을 통해 자기를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을 가져야한다. 요즘은 모두 빨리빨리 앞으로 나가려고만 해 그런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면서 작은 만족과 기쁨을 얻으며 기다릴 줄도 알아야 나중에 일을 다시 하게될 때 크게 도움을 받게된다. 외롭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외롭지 않도록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안성기는 "나 같은 경우는 올해 촬영을 하나도 하지 않았지만 그림에 몰두했다. 그림이 굉장히 재미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상상하는 즐거움이 아주 컸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주인공만 하다가 어느 순간 조연으로 한 걸음 비켜났을 때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저라고 아쉽고 안타깝지 않았겠어요.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쓰다보니 그렇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어요.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 내게 요구 되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편안해지고 욕심이 빠져나가면서 훨씬 자유롭게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그는 "결국은 자기 자신이 벽을 만들게 된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 벽을 허물면 그때부터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