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와 있는 자기개발서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가 행복과 부(富)를 부른다는 내용, 복잡한 현대 생활 속에 명상을 통해 영적 건강을 추구하라는 내용 등, 읽을 때는 수긍이 가는데 실천하기 결코 쉽지 않은 내용의 안내서들이 넘친다. 손바닥을 펼친 크기만한 붉은색 하드카버의 『신은 여자에게 친절하다』(세라 벡 저, 곽세라 편역, 2008, (주)에스에이엠티유 간)라는 책은 무언가 다른 자기개발서이다. 『붉은 책: 당신의 신성한 불꽃을 점화시키는 맛깔스럽게 비정통적인 방법(The Red Book: A Deliciously Unorthodox Approach to Igniting Your Divine Spark)』이라는 원제의 책을 저자와 이름이 같은 역자가 저자 못지않은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그야말로 맛깔스럽게 편역해 놓았다. 역서의 제목이 암시하듯 내용은 여성독자를 대상으로 전개되는 편이나 남성이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21세기는 과연 문명전환의 시대인가? 나날이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여성의 복권이다. 근간 학교에서 사회에서 공개경쟁에서 여성은 오히려 우월성을 뽐내고 있다. 남자 아이들은 컴퓨터게임에 빠져 있어 미래의 알파걸들 앞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힘, 여성의 신성성(神性性)에 대하여 경계심이나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것은 어머니 안에 자리하여 늘 우리 곁에 있어왔기 때문이다. 공전의 흥행을 이룬 『다빈치 코드』역시 그것이 주제였고 그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이 한 권의 책은 어떤 경쟁심도 적개심도 성취를 위한 강박감도 없이 편안한 톤으로, '자아의 목소리'가 아닌 '영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권하고 그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매리 엘런은 "자유로운 영혼의 목소리는 좀더 가볍고 창조적이며 도전적이고 명랑하면서 따뜻한 반면 존재를 지키려고 애쓰는 자아의 목소리는 계산적이고 신중하며 방어적인 동시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하였다. 저자는, 우리의 영혼은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것과, 우리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원하는 사람이 되고 남부러울 것 없는 근사한 삶을 사는 것이 우주가 우리에게 맡긴 역할이라는 것을 믿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우리에게 영혼의 목소리가 들릴 때 외면한 기억이 이제까지 얼마나 많았는지를 상기시킨다. 몸은 정직하고 영혼이 누른 건반에 연결된 피아노의 현과 같은 것이므로 몸이 무언가 이야기할 때(예컨대 아플 때) 영혼의 상태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우연과 기적, 운명에 관한 힌트를 읽는 방법을 가르쳐주며, 독자들이 완전한 행복감과 충만함을 느끼도록 그 영혼을 점화시키려는 저자와 편역자의 원의(願意)로 가득 찬 이 책은 다음과 같이 끝난다. "나는 당신을 믿는다. 당신이라는 신비로운 존재를 잘 부탁한다. 용기를 자지고 당신 손으로 당신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길 바란다. 아니 이 책은 그만 잊어도 좋다. 당신은 이미 두발을 땅에 디딘 채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으니까." 강을 건너면 배를 버리라는 선가(禪家)의 말씀, 그리고 『갈매기의 꿈』이 생각나는 구절이다.
이 책을 요약하면, '마음'이라는 '야생 원숭이'는 제멋대로 주인 행세를 하며 날뛰는데 그것을 잠재우고 나면 그 원숭이를 숨가쁘게 따라다니느라고 미처 보지 못했던 '여기'의 아름다움과 '지금'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될 것인데, 야생 원숭이를 길들이는 작업, 그것이 바로 '명상(瞑想)'이라는 것이다. 편지글과 같은 문체의 이 책은 "해봐야지" 하는 마음만으로 오늘까지 살아온 우리들에게 실천할 수 있는 용기와 기대감, 그리고 실마리를 건네준다. 다만 한가지, 명상을 하기 위하여 이제 우리는 티브이를 끊고 촛불을 밝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효준(전북도립미술관장·본지 서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