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열기가 뜨겁다. 그 핵심에 부산 사직구장이 있다. 부산의 야구팬들이 사직구장에 모여 '부산 갈매기'를 합창하며 자기 지역 팀을 열렬하게 응원하는 모습이 부럽다. 다 함께 부르는 지역의 노래가 있다는 것이 더 부럽다. 부산을 소재로 한 유명한 노래는 또 있다. 국민가수 조용필씨가 불렀던 '돌아와요 부산항에"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개 노래방에서 불렀거나 들었던 노래다.
지역을 소재로 한 노래 중에서 인기곡들이 많다. '목포는 항구다', '대전 블루스', '영일만 친구', '토함산', '연안부두', '만리포 사랑', '울릉도 트위스트', '서울의 찬가', '서울 서울 서울', '비 내리는 영동교', '신사동 그 사람', '제3한강교', '서울', '59년 왕십리', '한계령', '춘천 가는 길', '신라의 달밤', '꿈꾸는 백마강', '울고 넘는 박달재', '비내리는 고모령', '유달산아 말해다오', '내고향 삽다리', '화개장터' 등 대충 떠오르는 곡만 늘어놓아도 한참 이어진다.
그런데 전북지역을 소재로 한 노래는 찾기 힘들다. 필자가 아는 노래는 송창식씨가 부른 '선운사' 한 곡이다. 선운사의 동백꽃을 노래한 곡인데, 우리 전북에는 이보다 유명한 것들이 많지 않은가? 그런데 가요의 소재는 되고 있지 못하다. 군산항이나 격포항, 심포항을 노래한 곡도 없고, 예쁜 이름의 섬도 많은데 섬 노래 한 곡 없다. '김밥'이라는 노래도 한 때 유행했었고 '팥빙수'라는 노래도 여름이면 방송에서 많이 나오는데, '비빔밥' 노래는 없다. 유명한 '개똥벌레'라는 노래는 무주 반딧불 축제 이전에 나왔으니 우리 지역 노래라고 하기엔 너무 억지인 것 같고, 김제 '지평선 축제'가 유명하지만 '지평선'이라는 노래는 못 들어봤다. 고창 복분자도 유명하지만 광고음악으로 요즘 '복분자'노래가 좀 뜨고 있는 정도이다. 내장산 단풍이 전국적으로 유명하지만 노래는 없다.
필자는 타지역을 방문했을 때 그 지역의 지인들과 어울려 노래방에 가면 우선 그 지방과 관련된 노래를 한 곡 부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그 지역 사람들 모두 좋아한다. 전북이나 전주에 관련된 유명한 노래가 있고 외지인들이 우리 지역에 왔을 때, 우리와 함께 그 노래를 열창할 수 있다면 참 신날 것 같다. 최근 조사에서 전북이 전국에서 비호감 1위라고 하던데 노래라도 한 곡 있으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가을이 되니 가을노래들이 유난히 와 닿는다. 가을이 되면 언제 써 봤는지 기억도 없는 편지를 써보고 싶기도 하고, 가을엔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떠나지 말아주길 바라는 애틋한 마음도 들고,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기대해 보기도 한다. 이게 다 노래 탓인 것 같다. 부산사람들이 운동장에서 하나 되어 '부산 갈매기'를 열창하는 모습에 질투도 느껴진다.
가을 운동회나 행사에서 우리 지역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부를 만한 우리 노래 한 곡 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감상에 젖어 이 글을 쓴다. 지역의 단체장이나 정치인들도 개발이나 돈 되는 것만 생각지 말고, 문화의 고장이라는 우리 지역에서 우리의 아픔이나 꿈을 멋지게 표현하는 노래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져주면 안 될까? 그래도 모악산은 말이 없네…
/윤찬영(전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