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자태를 뽑내던 산 허리가 무참히 잘려나갔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한눈에 들어오는 '벌거숭이 산'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굉음을 내품는 중장비가 복구 작업에 한창이지만 누가봐도 묘지조성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몰지각한 한 주민이 저지른 불법 벌채 현장에는 나무들이 뽑혀나간채 시꺼먼 뿌리를 드러내고 있다.
무차별 훼손되고 있는 산림을 보호해달라는 주민들의 제보에 따라 14일 오후 찾은 익산시 용동면 화실리 연화마을 뒷편 봉화산.
연화마을을 품에 안고 끼고도는 봉화산 중턱 2700㎡의 산림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인근 마을의 한 주민이 저지른 거침없는 불법벌채 때문이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마자 훼손된 봉화산 중턱이 붉은 황토흙을 드러낸채 흉물스런 모습으로 방치돼 있었다.
훼손된 산림 면적 또한 2700㎡라고 밝힌 익산시 관계자의 말이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 이곳을 출입하기 위해 만든 진입로만도 300여m에 이르는데다 폭 또한 5∼6m에 달해 적지 않은 산림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현장을 함께 찾은 환경 전문가들은 진입로를 포함해 훼손면적은 5000㎡를 웃돌 것이라고 전했다.
무참히 잘려나간 나무들은 진입로 이곳 저곳에 내동댕이치듯 버려져 있었다. 뿌리채 뽑혀나간 나무들도 미처 손길이 미치지 못한듯 숲속 한켠에 나뒹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져진 진입로는 번듯한 도로로 나 있었다.
힘없이 잘려나간 봉화산 중턱의 현장에 들어서자 마치 광장을 연상케 한다.
힘겹게 올려진 웅장한 돌들이 쌓여져 계단을 이루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곳에 운반된 돌만도 대형트럭으로 200차는 넘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4개의 계단으로 이뤄진 복구현장은 봉분만 씌우면 어김없이 묘지가 이뤄질듯했다.
주민들은 지난 봄부터 자행된 이같은 산림훼손을 막기 위해 관계기관에 진정을 내는 등 불법 벌채 방지를 줄기차게 요구했다는 것.
그러나 관계기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듯 마구 훼손된 현장이 이젠 복구작업으로 한창이다.
복구작업 역시 원상복구 차원이 아닌 누가봐도 묘지조성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익산시가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사건접수를 받은 건 지난 7월11일. 사건접수와 함께 수사에 착수해 2개월을 넘기지 않는 사법경찰관리법상 절차를 보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산림 복구라는 명문아래 자행되고 있는 이같은 불법행위와 사건접수 후 3개월이 넘도록 속수무책인 관계기관의 늑장행정에 뒷말이 무성하다.
익산시 관계자는 "피의자 조사를 실시하는 등 현재 사건이 진행중이며 복구작업 또한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