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주시립단 정기공연 '우리마을 다산리' 소리전당서

18·19일

'병태'역의 안세형씨와 '진숙'역의 홍지예씨. (desk@jjan.kr)

'30년만의 출산'을 축하하는 플랜카드가 마을 입구에 내걸렸다. 맞은 편 마을 입구에는 상여 들 사람이 없어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찬 바닥에 홀로 놓인 꽃상여가 있다.

 

전주시립극단(상임연출 조민철)의 제83회 정기공연 '우리마을 다산리'.

 

서로를 우두커니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 기묘한 상황을 두고 김정숙 작가는 "어쩌면 우리의 삶은 늘 두 갈래의 길 한가운데 서서 마주 보고 위태롭게 서있는지도 모른다"며 "'우리마을 다산리'는 위태로운 사람들의 위태로운 이야기"라고 말한다.

 

다산리 이장 서춘봉 역을 맡은 고조영씨와 어머니 역을 맡은 서형화씨. (desk@jjan.kr)

 

한 때는 아이 울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전체인구가 스무명이 채 되지 않는 다산리. 이장을 천직으로 알고 사는 다산리 이장 '서춘봉'은 어느날 군으로부터 인구 감소로 인근 마을과의 통폐합이 불가피하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우연히 마을에 들른 '병태'와 만삭인 '병태'의 아내 '진숙'이 다산리에서 살 수 있도록 마을 사람들은 그들에게 호의를 베푼다. 그러나 '병태'가 전과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다산리에 사는 것을 반대하고 나선다.

 

다산리에 있어 출산의 의미는 단순히 인구 증가가 아니다. 그들에게 생명의 탄생은 화해와 용서, 그리고 서로를 감싸안는 포용인 것이다.

 

'우리마을 다산리'는 전주시립극단과 김정숙 작가의 첫 만남이다. 김정숙 작가는 연극하는 사람들 '무대지기' 대표로 지금은 연출과 희곡 작업에 몰두하고 있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연극배우로 무대 위에서 활발하게 움직여 왔다.

 

조민철 상임연출은 "작년부터 기획해 온 작품으로 하루에도 수십번씩 모양을 바꾸며 형태를 갖췄다"며 "난산이라서 더 애정이 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작업 속에서라면 각기 주연을 소화하고도 남을 출연진들이 모처럼 단체장면에 대한 색다른 경험을 가져보고 일체감과 자기희생이 때론 작품의 질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춘봉'역은 고조영, '병태'역은 안세형, '진숙'역은 홍지예가 맡았다.

 

18일 오후 3시·7시, 19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이장이 주인공인 만큼 각 동 통·반장과 이장, 부녀회장은 공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