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식품산업 수도 만들자] ⑩ 中식품, 위협…(4)中 벽 이렇게 넘어라

지난달 22일 산동성 덕주시 덕성구 농업 관련 5개 국장과 취재팀간 간담회 장면. (desk@jjan.kr)

부안의 동진주조(주)는 지난해말 중국의 수입상과 600억원 수출계약을 맺고 뽕주 수출에 나섰다. 이회사 정태식 대표(60)는 부드럽고 감칠 맛 나는 오디의 특성을 살려 중국인 입맛에 맞는 맞춤형 술로 중국시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중국술의 틈새시장을 저알코올의 과실주로 파고 든 것이다. 중국은 과일 생산대국으로 과일 품종은 많지만, 포도 이외 과일 술을 전문적으로 가공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저알코올에 풍부한 영양, 새로운 맛 등의 차별화 된 술로 중국시장을 넘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시장 개척에서 소비자의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 녹록치 않다. 여기에 명목이 번잡한 판매비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신상품이 시장에 출시된 후 단기간내 판매량을 올리지 못할 경우 매장의 요구가 많아진다. 요식점이나 주점에서는 입점비 등을 받으며, 슈퍼 등에 진출하려면 더 많은 항목의 비용 지출해야 한다.

 

정태식 대표는 "중국시장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중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문제다"며, 전북의 이미지 광고 때 전북산 주요 수출품에 대한 홍보를 곁들여주면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식품브랜드화 중요

 

중국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한번 선택한 브랜드를 쉽게 바꾸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중국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식품의 브랜드화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중국의 식품가공기술이 한국보다 뒤떨어진 것은 분명하지만, 중국시장에서의 경쟁은 이미 글로벌 기업간 경쟁의 장이 됐다.

 

이에 따라 세계적 식품회사들과 경쟁에서 인지도가 낮은 우리의 중소 식품기업이 평범한 가공식품으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CJ나 풀무원,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 국내 몇몇 대기업의 경우 중국에서도 통하지만,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접근하는 길이 쉽지 않다.

 

중국인 입맛에 맞는 식품개발도 과제다. 한국인 입맛과 기호에 맞게 만들어진 한국식 식품으로 중국에 진출한 국내 많은 식품업체들이 특별히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정운용 농수산유통공사 상해지사장은 말했다. 표적시장, 즉 중국인 입맛에 맞는 식품으로 공략해야 길이 열린다는 충고다.

 

현재 수출되는 한국식품의 소비층은 거의가 교민이며, 중국가정까지 우리 농식품이 들어가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 높은 비관세 장벽

 

중국이 수입식품에 부과하는 관세는 20%대. 여기에 부과세 17%와 기타 비용까지 합하면 원가대비 40%대의 비용이 들어 국내 식품업체들이 중국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비관세의 벽도 높아 중국시장 접근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상표(라벨)표시만 하더라도 중국의 현지 규정이 아주 복잡하다. 중소업체들의 경우 특히 소량 다품종을 수출하는 경우가 많아 식품마다 다른 라벨 규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수출하기가 아주 어렵단다. 한 컨테이너에 여러 품목의 식품을 선적하면서 특정 품목만으로 통관 절차를 밟고 있어 언제든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며, 이런 정도로 중국 식품시장을 넘보기 힘들 것이라는 게 중국 주재 현지 수출 관계자들의 지적이었다.

 

또 수입식품에 대한 위생검사 절차가 느린 데다, 작위적 해석이 많은 것도 정상적인 통관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비정상적으로 수출된 식품들은 정식매장에서 유통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전반적 시장조사 선행돼야

 

우리와 입맛이 다르고, 제도가 다르고, 유통절차에도 차이가 있지만, 국내에서 아직까지 중국 식품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와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교 이후 매년 교류 폭이 넓어지고는 있지만 지금까지는 중국시장의 가능성 정도를 탐색하는 수준이었다.

 

또 나라마다 다른 기호와 입맛을 감안, 식품가공단지를 만들 때 목표 국가를 분명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새만금에 아시아권 대상의 식품가공단지를 구상한다면 중국시장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선행돼야 할 것 같다. 국내 농업발전과 연계하는 일반 식품단지와 구별해 중국에서 경쟁력 있는 작물을 생산하고, 이를 국내에서 가공해 중국으로 역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면 어떤 지역에서 어떤 작물을 생산하고, 어떻게 수출할 지도 철저한 계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