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부유층과 부녀자 20명을 연쇄 살해해 전 국민을 경악케 한 살인범 유영철은 "자신은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사회를 죽였다"고 말했다. 불우하게 보낸 어린시절등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에 대한 복수방법으로 부유층과 부녀자 살해를 선택한 것이다.
유영철은 재판과정 조사에서 '사이코패스(Psychopath)' 진단을 받았다. 사이코패스는 1920년대 독일 학자 슈나이더가 처음 소개한 정신의학적 용어다. 사이코패스란 정신분열과 달리 일반적인 감정이나 지각에는 문제가 없어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대부분 사람들 처럼 잘못된 생각이나 행동을 하면 이를 후회하고 죄의식을 느끼는 양심이 없는 증상이다. 반(反)사회적 성격 장애자로 엽기적인 연쇄살인범 등이 대부분 이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발생한 경기 안양 초등학생 살해사건, 서울 서남부 연쇄 살인사건, 보성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의 정신병질(精身病疾)이 평소 잠재돼 있다가 범행을 통해서만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의 범죄심리 전문가인 니시무라 유키는 사이코패스를 '정장차림의 뱀'이라고 했다.
어제 서울 강남에서 30대 무직자가 자신이 거주하던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빠져 나오는 투숙자들에게 마구 흉기를 휘둘러 6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참변이 발생했다. 범인은 검거후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 살기가 싫다"고 진술했다. 또 한 사람의 사이코패스로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된 것이다.
이번 사건의 범인 역시 평소 겉보기에는 전반적으로 밝은 성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생활고에 시달려 가끔 누나에게 돈을 받아 밀린 고시원비를 냈다고 한다. 경제적 궁핍등 사회적 불만과 그 책임을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무고한 일반 시민들에게 전가한 '묻지마식 범행'으로 분석된다. 사이코패스의 전형인 셈이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 영향으로 앞으로 경기 침체와 불경기가 지속되고 실업자 증가등은 필연적일 것이다. 사회적 긴장도가 높아지고 혼돈 상태까지 우려된다. 그에 따른 사이코패스의 잦은 출현으로 사회적·재정적 비용도 더욱 커질 것이다. 빈부격차등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정책과 사회적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