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 성송면에는 홀로 사는 노인들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보금자리가 있다. 면사무소 옆에 자리한 사단법인 고창군 성봉회다. 옛 보건소 건물 1층에 자리한 성봉회는 사무실과 조리실을 사이에 두고 대여섯평 남짓한 남녀 쉼터가 마련돼 있다.
성봉회가 이곳을 통해 하는 일은 거동이 불편한 관내 노인들을 차량으로 직접 모셔와 점심을 봉양하는 것. 또 이 쉼터와 가까이 있는 성송보건지소에 노인들을 모시고 가 진료와 물리치료를 받게 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성봉회는 지난해 10월 첫발을 뗀 한 살배기 봉사단체다. 심재규(64) 회장을 중심으로 회원 118명이 자원봉사에 팔소매를 걷어부치고 있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불편한 관내 노인들에게 물리치료와 한방치료, 기공체조 등의 혜택을 받게 해주고 점심을 대접하자는데 의기투합한 것.
지난해 처음 시작, 지금까지 쉼없이 1년을 달려온 성봉회원들의 하루 일과는 9시 30분께 시작된다. 하루 3명씩 1개 근무조로 짜인 여성 회원들은 쉼터 청소와 점심상 차리기, 설거지 등을 마치면 오후 2시가 훌쩍 넘는다. 이 쉼터를 찾는 노인들도 대중없어서 적을 땐 7명, 많을 땐 40명이 몰려들기도 한다. 점심때를 맞춰 밥을 네 차례나 한 적도 있다는 게 여성 회원들의 설명이다.
남성 회원들은 2명이 1개조를 이뤄 차량운행을 도맡는다. 관내 지역이 넓다보니 면 구석구석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오전 11시까지 두시간 가량 운전대를 잡고, 노인들을 부축해야 한다.
강동화씨는 "움직이기 힘든 노인들에게 발과 손이 되어주는 기쁨이 이만저만 아니다"면서 "그 기쁨이 봉사하는 맛을 알게 해준다"고 말했다. 강씨는 올해 예순 다섯으로 적지 않은 나이여서 노인이 노인을 봉양하는 셈이다.
성봉회원의 바람은 이 쉼터가 노인들의 사랑방이 되는 것이다. 노인들이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사랑방을 꿈꾼다는 심재규 회장은 "현재 식비를 대기 어려울 정도로 재정 상태가 빠듯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반듯한 건물을 하나 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쉼터를 비롯해 노인들에게 목욕 봉사를 할 수 있는 목욕시설을 갖춘 건물을 갖추고 싶다는 것이 심회장의 설명이다.
성봉회는 쉼터의 사랑방 기능을 위해 매주 두차례 보건소와 협력, 기공체조 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원광한의원 원장을 초빙, 매달 두차례 침이나 뜸 등 무료 진료에 나서기도 한다.
성봉회의 자원봉사에 들어간 돈도 적지 않다. 1년동안 투입된 것만 4000만원에 달한다. 봉고차 구입을 비롯해 쉼터 리모델링, 사무실 임대료, 쌀 및 부식 비용 등 살림살이와 쓰임새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돈은 모두 회비로 충당한다. 회원들이 십시일반한 회비와 회장 및 고문들이 쾌척한 성금으로 마련된 알토란같은 자금이다.
심 회장은 "행정이나 독지가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최선의 봉사정신은 자원봉사자 스스로 땀과 노력, 그리고 돈을 함께 내놓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외부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 못지 않게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성봉회는 24일 오전 11시 성송면체육관에서 창립 1주년 기념식을 연다. 1년동안 이어온 노인봉양의 성과를 안으로 갈무리하고 외부에 참봉사의 취지를 알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