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건이 넘는 선고와 속행 사건이 진행된 이날 법정에도 50여명의 방청객이 빼꼼히 들어앉아 재판장과 검사, 변호사, 피고인, 증인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말 한마디로 유무죄 또는 형량이 왔다 갔다 하는 법정은 항상 긴장감이 맴돈다.
이날 오전에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세 명의 피고인이 법정구속됐다.
정보통신촉진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기소된 A씨는 징역 4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고, 7000만원 사기혐의로 재판을 받던 B씨는 한 푼도 변제하지 않은데다 도주우려까지 크다는 이유에서, 폭력 피고인은 집행유예와 재범 우려로 구속 수감됐다.
민사사건으로 다툼이 있던 C씨. 변호사와 상의하던 중 변호사 사무장이 형사 사건화 해서 상대방에게 압박을 가해야 민사건을 유리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허위로 '감금 폭행 당했다'며 상대방을 고소했다가 무고죄로 법정에 섰다.
사고 목격자로서 법정에서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5명. 이 가운데 공무원 D씨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했지만 나머지는 공소사실을 부인, 결국 법정에서 진실을 다퉈야 할 처지가 됐다.
탈세혐의로 기소된 중소기업 대표도 법정에 섰다. 세금 수억원을 포탈한 F사장은 세금을 납부하고 있고, 사건 이후 투명한 회계처리를 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2호 법정에서는 제1형사부(부장판사 박길성) 재판이 진행됐다. 조직폭력 사건 증인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자 "왜 법정에서 말을 바꾸느냐"며 불만이다.
인생의 오점 범죄. 범죄와 송사는 인간관계를 허물어뜨린다. 친구 사이인 G피고인이 부동산 매매대금으로 지급한 1억원을 돌려주지 않는다며 고소한 공공기관 직원 H씨가 증인으로 출석, 변호인 신문에 나서고 있다. H씨는 고소장과 달리 실제로는 5000만원을 주었다고 주장했고, 피고인 G씨는 1700만원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두사람 사이의 차액 3300만원을 아무런 증거 서류없이 현금으로 주었다는 H씨의 진술. 재판장도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이 수표도 아니고 현금을, 그것도 차용증서 등도 받지 않고 주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라며 답답해 했지만, H씨는 오히려 자신이 답답하다는 표정이다.
법정은 엄중하다. 거짓 진술 한마디에 잘못된 판결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정은 치열한 거짓말 싸움장이다. 피고인과 고소인, 증인들이 눈알을 부라리며, 때로는 매우 진솔한 표정으로 진술하지만 일부는 그 안에 독을 품고 있다. 위증은 법정 나아가 세상에 대한 모독이다. 그런 아귀다툼 속에서 법정의 하루가 간다. 이해와 조정을 거부하고, 진정과 고소 고발을 통해 사법적 잣대를 재겠다는 사회 풍토 속에서, 법관들은 세상을 지키는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