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골프의 '지존' 신지애(20.하이마트)가 사실상 한국여자프로골프 고별 무대에서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
신지애는 26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하늘코스(파72.6천555야드)에서 열린 KB국민은행 스타투어 4차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컵을 안았다.
4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쳐 최혜용(18.LIG), 안선주(21.하이마트)와 함께 최종 합계 3언더파 285타로 공동 선두를 이룬 신지애는 연장전에서 안선주와 최혜용을 차례로 따돌렸다.
이번 시즌에 남은 3개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고 내년부터 미국에 진출하는 신지애는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과 상금 7억원 돌파, 상금왕과 대상 확정 등 뜻깊은 이정표를 무더기로 세웠다.
▲사상 첫 그랜드슬램 이미 태영배 한국여자오픈, 신세계KLPGA선수권대회를 제패한 신지애는 KB국민은행 스타투어 4차대회에서 우승, 올해 열린 메이저대회 3개를 모조리 석권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에서 한 시즌 메이저대회 3개를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이저대회 개념이 정립된 2001년 이후 한 시즌에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2개 차지한 선수도 신지애가 처음이었다. KB국민은행 스타투어는 작년부터 메이저대회로 승격됐다.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한 시즌에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한 선수는 베이브 자하리스와 샌드라 헤이니 두 명 뿐이다.
자하리스는 메이저대회가 3개 열린 1950년, 헤이니는 2개 메이저대회가 치러진 1974년에 각각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으며 메이저대회가 4개로 늘어난 뒤에는 아무도 그랜드슬램은 이루지 못했다.
신지애는 "지난 3년 동안 많이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면서 "후배들은 너무 큰 목표를 잡기보다는 단기 목표를 설정해 한걸음 한걸음 이뤄나가라"고 조언했다.
▲국내 상금 지존..7억원 시대 개막 우승 상금 1억2천500만원을 받은 신지애는 시즌 상금을 7억6천518만원으로 늘려한국 남녀 프로골프에서 시즌 상금 7억원을 돌파한 첫번째 선수가 됐다.
작년에 6억7천454만원을 벌어들여 국내 남녀 프로골프 사상 처음으로 6억원을 넘어섰던 신지애는 1년만에 시즌 최다 상금기록을 1억원이나 높여놨다.
한국프로골프 상금1위는 4억7천만원을 받은 배상문(22.캘러웨이)이다. 배상문은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 참가를 위해 시즌 잔여 대회를 포기해 신지애의 7억6천518만원은 한국신기록으로 굳어졌다.
신지애는 이번 우승으로 상금왕과 대상(MVP) 3연패라는 엄청난 기록도 확정지었다.
고우순이 4년 연속 상금왕(1989∼1992년), 이오순이 상금왕 3연패(1993∼1995년)를 차지한 적이 있지만 연간 대회가 10개 미만이던 시절이었다.
시즌 7승째를 올린 신지애는 또 다승왕(7승)도 사실상 굳혔다. 다승 2위 서희경(22.하이트)이 남은 3개 대회를 싹쓸이하지 않는 한 다승왕을 차지한. 다승왕 역시 2006년부터 3년 연속이다.
신지애는 시즌 7승을 올리면서 세차례 연장전 우승을 올려 강력한 카리스마를 입증했다.
세차례 연장 우승 가운데 두 번은 한국여자오픈 등 메이저대회에서 나왔다.
▲신지애 다음 목표는 한.미.일 메이저 퀸 신지애는 다음 주 인천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에서 개최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은행-코오롱챔피언십에 이어 일본, 미국 원정에 나설 계획이다.
당면 목표는 지난해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에 뺏긴 하나은행-코오롱챔피언십 우승컵을 되찾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브리티시여자오픈 챔피언 신지애는 LPGA 투어에서 비회원으로 2승 이상을 올린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내년 본격적인 LPGA 투어 합류를 앞둔 신지애는 일본에서 열리는 LPGA 미즈노클래식과 시즌 최종전 ADT챔피언십에도 출전해 일찌감치 LPGA투어 평정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그러나 신지애가 눈독을 들이는 대회는 리코컵 JLPGA선수권대회.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일본여자프로골프 메이저대회이다.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제패한 신지애가 리코컵 JLPGA선수권대회를 우승한다면 한국, 미국, 일본, 유럽의 메이저대회를 한 시즌에 우승하는 위업을 이루게 된다.
신지애는 이미 하이트컵 챔피언십 우승 기자회견 때 이런 야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버디는 필요없었다.. 무너진 경쟁자들 신지애의 그랜드슬램 달성은 예상과 달리 쉽지 않았다. 3타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서 나선 신지애를 상대로 역전을 기대한 선수는 없었다.
그러나 신지애는 퍼팅 감각이 바닥이었다. 9번홀까지 지루한 파행진을 이어갔다.
그 사이 무려 9타나 뒤져 있던 최혜용이 신들린 샷을 휘두르며 추격에 나섰다.
신지애가 9번홀을 마쳤을 때 최혜용은 14번홀에서 이날 8개째 버디를 뽑아내 1타차로 따라 붙었다.
10번홀(파4)에서 신지애가 2m 파퍼트를 넣지 못하면서 16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있던 최혜용과 공동 선두가 됐다.
최혜용은 더 이상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안선주가 치고 올라왔다.
안선주는 10번홀(파4) 버디에 이어 14번(파4), 15번홀(파5) 연속 버디를 때려 공동 선두에 합류했다.
신지애는 18번홀(파4)에서 큰 위기를 맞았다.
두번째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그린을 놓친 신지애는 러닝 어프로치샷이 홀에서 3m나 떨어져 파세이브가 급선무가 됐다.
그러나 '지존'은 흔들림이 없었다. 홀을 곧장 겨냥한 파퍼트는 시원하게 꽂혔다.
18번홀에서 열린 첫번째 연장전에서 셋은 버디를 기대하기엔 다소 먼 거리에 볼을 올려놨다. 최혜용은 버디 퍼트를 홀에 붙여 파를 했지만 안선주와 신지애는 1m가 남았다.
안선주는 허망하게 1m 퍼트를 넣지 못했고 신지애는 어김없이 성공시켰다.
두번째 연장전에서 최혜용은 두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고 2m 파퍼트로 넣지 못했다. 신지애는 70㎝ 챔피언 퍼트를 실수하지 않았다.
신지애는 이날 20개홀 동안 버디는 하나도 건지지 못했고 보기 1개를 적어냈지만 결정적인 파퍼트 3개를 넣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신지애는 "최종 라운드에서 선두로 나가서 역전을 당한 적이 없었는데 샷이 생각대로 안돼 불안했다"면서 "이번 우승은 내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까지 했지만 다행히 우승했다"고 말했다. 신지애는 또 "연장전으로 이끈 18번홀 3m 퍼퍼트가 가장 어려운 고비였다"면서"버디가 나오겠지 하고 기대했는데 끝까지 안나왔다"고 웃었다.
박희영(21.하나금융)이 갖고 있던 코스레코드(66타)를 2타나 줄인 8언더파 64타를 친 최혜용은 신인왕 레이스에서 유소연(18.하이마트)을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서는성과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