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에 왕광원(王光遠)이란 출세주의자가 있었다.
그는 권력층에 빌붙고 상관에게 아부하는데 남다른 재주를 지닌 사람이었다.
윗사람이 요구라면 발바닥이라도 핥아주고 출세의 줄을 잡기 위해서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언행을 입이 마르게 칭찬하고 다녔다.
상관이 심심풀이 삼아 채찍질을 해도 즐겁게 매를 맞으며 아첨하는 위인이다.
사람들이 "광원의 낯가죽이 두껍기는 철갑 열 겹을 씌운 것 같다(光遠顔厚 如十重鐵甲)"고 비웃은 데서 철면피란 말이 생겼다고 한다.
철면피는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부끄러움도 모르고 날뛰는 인간들이라 곧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되고 왕따를 당한다.
그런 철면피보다 한 수 위의 인간형을 중국 청조말의 사상가 이종오(李宗吾)는 후흑(厚黑)인간으로 표현했다.
얼굴이 두꺼울 뿐만 아니라 뱃속까지 컴컴해서 도무지 속내를 짐직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종오는 후흑의 대표적 인물로 조조를 지목했다.
손발처럼 부리던 휘하 장수와 참모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죽이면서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가하면 쳐죽여도 시원치 않을 배신자나 적군의 장수라도 자신의 영달과 안위를 위해서라면 끌어안아 오히려 높은 자리에 앉히는 후흑의 달인이라고 조조를 평가했던 것이다.
배속까지 검은 후흑인간에 대한 뻔뻔함을 다시한번 엿보게하는 대목이다.
익산시와 지역 환경단체, 주민들은 지난 9일 낭산면·함열읍 등 북부권 지역 일대 일부 폐석산들이 폐기물을 매립하면서 불·탈법을 꺼림낌없이 자행하고 있다는 언론 고발과 관련, 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대대적인 현장 조사를 벌인바 있다.
북부권 지역 일부 폐석산들이 당초 허가 받은 석산 개발 사업은 사업권을 득하기 위한 편법으로 여기면서 사업 중간에 폐기물매립 사업장으로 업종을 변경하다보니 익산 북부권 지역은 전국 각지에서 긁어모은 각종 잡동사니 폐기물로 인해 죽음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언론 고발이 있었기 때문이다.(본보 8일·10일자 보도).
특히나 이들 일부 폐기물매립업자들은 허가 조건에 따른 매립 규정을 깡그리 무시한채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 내고장 익산이 시꺼멓게 병들어가고 있다는 고발은 지역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던 만큼 사업권을 허가하고 사업장을 지도 점검해야할 익산시로써는 당연한 현장조사였다.
물론 이같은 불·탈법 현장을 고발 보도한 해당 언론사로써의 동행 취재 또한 당연했다.
혹시나 하는 오보(?) 걱정에 내심 초조하게 현장 조사 과정을 지켜보았던 기자는 막상 현장 조사란 뚜껑이 열리자마자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불·탈법적인 매립 실태가 이정도 심각한지는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시커먼 침전수와 매립지 흙에서 풍기는 악취는 허가규정에따라 적법하게 처리했다며 이날의 현장조사에 강한 불만을 표했던 폐석산 관계자들의 말과 양심이 얼마나 새빨간 거짓말과 위선으로 가득차 있는지 바로 연상케하고 있을뿐이였다.
내아들 내형제 우리 모두의 가족들이 자자손손 대를 이어 살아가야할 내고장 익산이 이렇게까지 병들어가고 있는지 다시한번 혀를 차게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부끄러움과 뻔뻔함도 모른채 돈벌이에만 급급해 양심을 팔고 있는 철면피가 되고 싶은가 되묻고 싶었다.
우리 후손에게 영원히 물려줘야할 아름다운 금수강산 내고향 익산까지 팔아 죽음의 땅으로 내모는 검은 양심의 후흑인간이 결코 되어서는 안된다고 거듭 충고하고 당부한다.
/엄철호(익산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