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 법제처장의 말이 옳다
지난 17일 국회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이석연 법제처장은 쌀직불금 부당수령 형사처벌 견해를 묻는 민주당 이춘석의원의 질문에 '이봉화차관의 경우 농지처분명령이나 양도세 중과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쌀 직불금을 신청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실제 경작하지 않고서도 읍면 동장의 경작확인서를 허위로 제출해서 쌀 직불금을 신청했기 때문에 공문서위조와 공무집행 방해죄, 경우에 따라서는 농지법 위반 소지도 있다'라고 답변하였다.
며칠 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모 방송국과의 인터뷰를 했다. 홍 대표는 '이 법제처장은 지난번 가축전염병 개정안을 할 때도 오락가락했다'며 '법제처장은 법제를 만드는 처장이지 판사나 검사처럼 판단하는 처장이 아니다'라고 반박을 하였다.
이 처장의 말이 옳다면 수많은 부재지주들은 법을 어긴 셈이다. 청와대와 정부 고관대작들은 이 법을 어긴 것이다. 그러나 현 농지법상 쌀직불금 부당수령에 대해 처벌규정은 없다. 그렇다고 이것이 합법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규제완화가 가져온 쌀직불금 문제
2004년 정부는 다섯 번째로 농지법을 개정하였다. 당시 정부는 농지시장의 안정적 관리와 농업경쟁력이 제고되는 방향으로 농지소유와 전용규제를 완화하고 임대차를 부분적으로 허용하였다. 영농규모화와 도시자본의 농촌유입을 통해 농업에 경쟁력, 농촌에 활력을 준다는 것이었다.
주요 골자는 농업인이 아닌 개인이 취미 또는 여가 활동으로 농사를 질 경우 세대별로 1,000㎡미만의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했고, 비농업인 농지를 구입하여 농지은행에 장기로 맡기는 경우 도시민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주식회사 농업법인의 자격조건도 완화하였다. 또 1996년 이전에 이루어진 비농민의 농지소유도 합법적으로 인정하였다. 당시 전체 농지의 3분의 1을 비농업인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급적용금지원칙에 따라 농지법을 적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농지법이 원칙과 이념은 헌법에 따르고 예외규정으로 현실여건을 반영한 것이다.
당시 연 농지거래 면적이 7만 ha에 달해서, 얼추 20년 뒤의 전체 농지가 법적용 틀에 들어오게 된다는 주장도 한 몫 했다. 그해 수도권과 강원도 농지가격이 크게 올랐다. 농업인 일부는 농지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여 농지법 개정을 묵인하기도 하였다. 이를 보고 농지거래를 활성화시킨 것으로 잘된 정책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그래도 농지법에는 '소유농지를 자신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아니할 경우 농지를 처분해야한다'(농지법 10조)는 규정이 있었다. 농사를 짓지 않는 부재지주는 농지를 처분할 때까지 이행강제금을 내야한다. 강제금 규모는 공시지가의 20%로 1996년 이후 농지를 취득한 부재지주에게 적용된다. 강제금을 내지 않고 농지를 계속 소유하려면 농촌공사 산하 농지은행에 임대를 위탁하기로 되어 있다.
이 규정은 부동산 투기 목적의 농지구입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투기방지라는 법제정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많은 농지들이 불법임대를 통해 경작되었다. 농지은행에 장기 임대할 경우 매매하는 데 제약이 되어 일시적인 투기목적의 농지 소유자들은 이를 기피하였기 때문이다. 가짜 영농계획서를 작성하여 농지를 사고, 임대사실을 숨겼기 때문에 실제경작자가 아닌 소유자가 쌀 직불금을 수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쌀직불금 국정조사가 다음 달에 실시된다고 한다. 부정 수령자 명단공개를 어느 범위에서 언제 할 것인가, 감사원 조사결과의 비공개 의혹을 규명한다는 등의 내용을 둘러싸고 여야간 정치공세가 난무할 것이다. 그러나 잘해 봤자 지난해 개정하려했던 '쌀 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정도를 손보는 수준에서 시늉만 내고 말 것이다. 수입쇠고기 국정조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쌀 직불금문제는 농지법으로 풀어야
본디 직불금은 WTO에서 허용하는 좋은 제도이다. 시장을 왜곡하지 않고 농가의 소득을 지지하고, 개방으로 인한 소득감소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도 개방 확대로 인한 농산물 가격하락, 농가소득 감소에 따른 충격완화대책으로 여러 가지 직불제도를 마련하였다. EU같은 곳에서는 농업예산 가운데 70%이상을 직불금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번 대선공약에서도 각 당이 모두 직불금 예산을 농업예산의 2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쌀 직불금 문제를 그저 직불금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농지법으로 풀어야 한다. 소유와 임대차 등록 관리, 농지의 임대차 및 휴경관리, 농지관련 데이터 베이스 관리, 농지의 소유와 이용관련, 사후관리 등 농지관련 종합적인 관리기능으로서 농지은행이 제대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특히 부재지주의 농지 소유현황은 지금처럼 감추고 쉬쉬할 것이 아니라 농지은행에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직불금 등의 문제를 투명하게 하는 길이다.
오래간만에 이석연 처장은 옳은 소리를 했다.
/소순열(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