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은교 다리밑에 '청정 전주' 꿈을 붙이다

450명 유치원생, 700여장 타일에 오색빛 추억 그려

29일 전주천 어은교 아래에서 열린 꼬마들의 공공미술프로젝트 '전주천에 아지트를 만들어요' 준공식에서 유기농 급식운동을 하는 '얘들아 하늘밥 먹자' 소속 어린이집 아동들이 자신들의 고사리 손으로 완성한 그림을 보고 있다. 이강민(lgm19740@jjan.kr)

쉬리와 수달 원앙이 사는 전주천. 전주천 어은교 아래 시멘트 벽면에 아이들의 고사리 손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작품이 걸리자 회색빛의 벽면이 오색 빛깔로 물들었다.

 

가로 세로 20cm의 정사각형 타일 하나하나에 450여명의 아이들이 산과 바다 꽃 얼굴 친구 엄마와 아빠 지구 등 갖가지 주제를 표현한 그림들. 나름대로의 의미를 담고 있는 700여장의 타일이 모였지만 이들 그림은 동심(童心)이란 단어아래 하나였다.

 

29일 오전 전주천 어은교 아래가 유난히 소란스럽다. 형형색색의 옷을 맞춰 입은 아이들이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갈대가 가득 메운 천변을 걸어 어디론가 향한다.

 

아이들이 도착한 어은교 밑 공터에는 미리 나온 어른들이 미소로 아이들을 맞는다. 코끼리유치원, 해바라기 유치원, 뽀뽀뽀 유치원, 우석어린이집, 파란하늘 어린이집, J그림나라 유치원의 아이들은 이날 특별한 행사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그동안 자신들이 열심히 그렸던 그림이 모두 모여 벽화로 새롭게 탄생되는 날을 축하하기 위한 것. 하얀 천으로 가려진 벽면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난다.

 

행사가 시작되고 벽면을 가리고 있던 하얀 천에 묶여 있던 줄을 잡은 고사리 손들이 힘을 쓰자 천에 가려져 있던 아이들의 그림들이 모여 하나가 된 벽화가 나타났다.

 

봄이 오는 소식을 느끼며 뛰어놀고, 전주의 역사를 배우고, 멱을 감고, 족대를 들고 생태체험을 하던 전주천.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생태교육장인 전주천 어은교 아래에 이날부터 새로운 이름이 붙여졌다. 아이들만을 위한 '전주천 아지트'다.

 

아지트 만들기는 꼬마들의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유기농 급식운동을 하고 있는 '얘들아 하늘밥 먹자' 소속 450여명의 영유아들이 참여했다. 또 전주생태하천협의회와 전주시, 어은경로당, 시민행동21이 힘을 모았다.

 

아지트 만들기에 참여한 아이들에게는 평생의 추억이 되고,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에게는 색다른 즐거움을 줄 전주천 아지트. 앞으로 전주천 아지트는 전주천에 대한 추억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어은경로당 할아버지들의 손에 의해 보전된다.

 

'얘하밥' 유혜숙 대표(전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는 "아이들에게 전주천에서 멱을 감고 즐겁게 놀던 어른들의 추억을 알려주고 싶어 벽화 그리기를 시작하게 됐다"며 "아이들의 생태놀이터인 전주천에 만들어진 아지트가 각박한 세상을 사는 시민들에게 동심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