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진행되면서 승부를 가를 핵심 요소가 무엇이냐에 대한 해답이 나왔다. 바로 불펜진이다.
플레이오프에서 삼성 라이온즈 수비의 혼을 빼놓다시피 했던 두산 베어스의 `발야구'와 기동력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SK 와이번스의 주루 플레이가 양 팀의 철저한 대비로 실종되다시피 한 가운데 두 경기 모두 양 팀 불펜진의 활약이 승부를 갈랐기 때문.
2차전에서는 두산 임태훈이 세번째 투수로 나와 SK 김재현에게 2점 홈런을 얻어맞으면서 사실상 경기 분위기는 SK쪽으로 넘어갔다. 반면 정우람-윤길현-이승호-정대현으로 이어진 SK 계투진은 두산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팀을 구해냈다.
앞서 1차전에서도 두산 이재우가 선발 맷 랜들에 이어 3⅔이닝을 1실점으로 막은 반면 SK 불펜진은 2점을 내주며 추격의 불씨를 살리지 못한 것도 승패에 큰 영향을 끼쳤다.
양 팀 사령탑도 불펜진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SK 김성근 감독은 "우리는 선발보다 뒤가 중요한 팀인데 불펜진이 잘해줬다. 앞으로 계산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두산 김경문 감독도 "SK 투수진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 나왔고 우리도 투수진을 어떻게 써야할 지가 나왔다"며 불펜진 운영이 승부의 열쇠라는 점에 공감했다.
이런 가운데 선발진이 상대적으로 약해 불펜 의존도가 더 큰 두산은 고민이 커 보인다.
정재훈과 임재우, 김상현의 컨디션은 괜찮아 보이지만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1세이브를 올리며 불펜 주축으로 활약했던 임태훈이 결정적 홈런 1방으로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임태훈은 작년 한국시리즈에서도 2차전 호투 이후 5, 6차전에서 잇따라 흔들리며 신인의 한계를 절감한 바 있다.
또 SK 좌타자를 상대할 마땅한 좌완 불펜진이 없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플레이오프에서 유일한 좌완 구원투수였던 금민철이 부진한데다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1군에 올린 좌완 원용묵도 큰 경기에 사용하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2차전 왼손 타자인 김재현의 타석에서 좌완 투수가 아닌 임태훈을 올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두산의 고민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이에 비해 SK는 불펜진에서 아직까지 큰 약점은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김경문 감독이 경계 대상으로 꼽았던 좌완 이승호는 1차전에서 1⅓이닝 동안 홈런을 1개 맞았지만 오재원과 김현수 등을 상대로 삼진을 3개나 빼앗았고 2차전에서도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역시 좌완 정우람도 2차전에 구원등판해 이종욱-오재원-김현수로 이어지는 왼손 타선을 잘막아냈다. 윤길현도 2차전에서 6타자를 맞아 삼진을 5개나 뽑아내는 최고의 피칭으로 불펜진에 무게감을 더했다.
다만 1차전에서 나타났듯 정우람과 윤길현이 다소 기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은 극복해야할 점이다.
남은 경기에서 양 팀 불펜진의 양상이 2차전 그대로 이어지리라고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분위기에 쉽게 휩쓸릴 가능성이 많은 큰 경기인데다 스트레스와 갑작스런 추위 등 경기 외적 요소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어느 팀의 불펜진이 이를 극복하느냐가 승리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