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사실 같은 거짓…거짓 같은 사실

리들리 스콧 감독 '바디 어브 라이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돌아왔다. 그 어렵던 IMF 시절 온 국민이 나라를 위해 금 팔던 그 때도 타이타닉의 주인공 디카프리오의 자태는 외화를 쓰고 싶을 만큼 매력적 이였다. 타이타닉 뿐 아니라 영화 에비에이터, 로미오와 줄리엣의 말끔하고 소년 같은 그의 모습은 한동안 수많은 여성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 인터넷에 보인 그의 모습은 우리가 알던 그 소년이 아니었다. 수염도 길렀고 살도 좀 찐 것 같은데다 근육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몸매는 실망의 연속. 더욱이 이렇다할 흥행작도 없었으니 팬들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30대 중반이 된 소년이 미간의 주름이 멋있는 남자의 모습으로 새 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에 나타났다. 이제 한국에 있는 조직인지 헷갈릴 정도로 낯익은 CIA의 요원으로, 그리고 연륜으로 녹아든 러셀 크로와 함께 농후한 연기를 선보인다. 매력적인 두 배우가 파헤치는 거짓말의 실체를 쫒아 가보자.

 

▲ 거짓의 정당화

 

이 영화가 쫒는 거짓은 사실 거짓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진실도 아니다. 우리가 그렇듯 틀린 줄 알면서도 그 길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결국 자신만의 기준임에도) '정당화'라는 이름으로 이 모순은 성립된다. 그리고 누군가 내 논리를 받아드렸을 때 잘못된 논제는 한 순간에 '진리'가 되고 만다.

 

중동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테러 집단 '알 살림'을 감시하는 임무에 로저 페리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투입된다. 알 살림이 영국의 큰 폭발물 테러를 일으켰기 때문. 이 살벌한 임무를 수행하는 페리스는 CIA의 국장 에드 호프만(러셀 크로)로부터 임무를 전달 받는다. 테러리스트의 우두머리를 잡기 위해 감시망을 피해 다니지만 목표물이 가까워질수록 목을 조여 오는 위협은 피하기 힘들다. 설상가상으로 동료라 믿은 호프만은 정보를 얻기 위해 페리스를 의도적으로 위험에 노출시키게 된다. 거짓으로 가득 찬 세계. 적군과 아군의 분간조차 힘든 아비규환에서 페리스의 미션은 살아남는 것뿐이다.

 

▲ 영화의 실체

 

감독의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리들리 스콧. 거장 중의 거장으로 꼽히는 헐리우드 유명 감독이다. 글레디에이터를 만들었고 아메리칸 갱스터, 더 컴퍼니, 델마와 루이스 그리고 아직까지도 최고의 SF물로 회자되는 에이리언을 만든 인물. 그는 BMW의 광고도 만드는 등 매력적인 화면을 만드는데 많은 소질이 있다. 이번 작품 또한 물 흐르는 듯한 촬영기법과 위트 넘치는 카메라 워크는 관객의 눈을 잡기에 충분하다.

 

옥의 티도 있긴 하다. 바디 오브 라이즈는 월 스트리트 저널의 기자 출신 작가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인지 국제적인 정세나 세계의 모습이 사실적이고 적나라하게 담겨있어 사실감을 높여준다. 하지만 소설이 영화로 옮겨지며 그 사실성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동안 첩보 영화에서 보던 액션이나 스릴(불가능처럼 보일 정도로 화려한)은 이 영화에서 찾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