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같은 경험을 통해 정답을 내리려고 살아왔지만 지금도 여전히 질문만 던져놓고 있어요. 뭔가를 이기려 살았는데 작은 성취감도 못 느끼고 배고픈 상황이네요. 제 20대의 자화상은 내면과의 전쟁입니다."
사람들은 휘성(본명 최휘성ㆍ26)이 감성적이고 예민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휘성은 정말 그렇다. 병원에서 우울증 테스트를 해도 일반인보다 24배 높은 수치가 나오고, 감정 기복이 심하며 순간 몰입도가 강하다. 창작을 하는 음악인으로서 이런 성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6집 프로젝트의 첫 미니음반인 '위드 올 마이 하트 앤드 솔(With all my heart and soul)' 역시 자신과 치열하게 반목과 화해를 거듭하며 만들었다.
소속사에 유명 작곡가 박근태라는 든든한 프로듀서가 있지만, 스스로 싱어송라이터로 진화하면서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아낌없이 보여주겠다는 고집으로 숱한 검증 과정을 거쳤다. R&B, 솔, 슬로 잼, 네오-솔 등 자신이 추구하는 흑인 음악을 다뤘다.
이 음반에서 휘성은 고음의 가성, 저음의 굵은 진성을 오가며 유려한 스캣(Scat)으로 넓은 음역대를 소화했다. 노래 잘하는 가수로 꼽히지만 수개월 간 보컬 트레이너 장효진 씨와 살다시피 하며 생활 속에서 노래를 배웠다.
"누구는 제 목소리가 사막전, 산악전 등 다양한 전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래요. 만약 제 노래에서 감동을 받았다면 테크닉적인 부분이 아니라 가사를 잘 전달했기 때문일 겁니다. 노래 한곡은 3분 짜리 드라마이고 입으로 연기를 해야하니, 어디에서 확 들어오게 포인트를 줘야할 지 연구를 많이 해요."
지난해 5집 이후 그는 작사가로 맹활약했다. 세븐과 윤하, 아이비에 이어 이효리, 동방신기, 샤이니 등의 음반에 참여해 히트곡을 냈다.
자신의 음반에서도 두곡을 작곡했고 전곡을 작사했다. "순간적인 집중력을 발휘해 20분 만에 가사를 쓰려고 200분의 생각을 한다"며 웃는다. 이번 음반도 주로 사랑 이야기인데 평범하지 않은 테마를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가사에 담아 솔깃하다. "다수가 공감하는 내용을 다수에게 공감시키기보다 소수가 공감하는 내용을 다수에게 공감시키는 걸 즐긴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끈적하게 부른 R&B 풍의 타이틀곡 '별이 지다..'는 연예인이 돼 바빠진 여자 친구와 결국 이별하는 내용. "끝부분 낮은 음역대로 부른 '그녀는 숨가쁘게 바쁜 일상에 어느샌가 나의 생각 따윈 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죠'라며 속마음을 진솔하게 말하는 가사가 포인트"라고 설명한다.
'완벽한 남자'는 브라이언 맥나이트, 스티비 원더 같은 수려한 기교의 보컬이 아니라 에이콘, 니요, 크리스 브라운처럼 노래를 랩으로 구사하는 창법으로 소화했다. 이 노래에서 휘성의 목소리는 기름칠 잘한 악기 같다.
이효리의 내레이션이 인상적인 '초코 러브'는 1990년대 후반 슬로 잼, 좋아하는 여자에게 '대시' 못하는 자신의 성격 때문에 생긴 실화인 '프레이어 포 솔(Prayer 4 Soul)'은 흑인 영가의 느낌을 준다.
"나는 상상력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는 휘성은 "내가 지금 당장 얼마의 가치를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타인이 투자할 만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얘기했다.
또 "30대에 뭘 할 지 모르는데 70대의 삶을 바라보게 된다"며 "어떤 때이든 내가 정점을 찍을 시기가 있을 것이다. 나의 해가 가장 높이 뜨는 시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그는 대중문화 콘텐츠를 연계하고 응용하는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한다.
"제가 비처럼 엔터테이너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훗날 가수보다 프로듀서로 먹고 살 것 같아요. 연결 고리가 있는 예술 계통을 아우르며 재능을 발휘하고 싶어요. 음악이든 춤이든 장르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부지런한 그는 이미 내년 1~2월께 발표할 6집의 두번째 미니음반 6곡을 모두 작업해 뒀다.
"그 음반은 정말 죽일 거예요.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