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관변단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전북 경제살리기 도민회의'가 시·군 조직을 추스르면서 골격을 갖춰가고 있다.
지난해 8월말 출범이래 지난 5월부터 익산과 고창 무주 군산 완주 김제 등 6개 지역본부가 창립된데 이어 연말까지 도내 14개 시·군 조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참여 단체나 인사 기업들도 메머드급으로 구성되고 있다. 도민의 집합체로서 일단 모양새를 만들어 가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경제살리기 도민회의는 지난해 발족 당시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민선 도백이 취임할 때마다 도민운동협의체가 조직됐고 관변 위주의 활동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다 지사 임기 종료와 함께 종지부를 찍은 전례 때문이다. 유종근 지사때 '새천년 새전북인운동'이 그러했고, 전임 강현욱 지사때 '강한전북 일등도민운동'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 같은 전철에도 불구하고 민선 4기 들어 다시금 도민협의체가 추진되면서 일각에서 우려의 시각이 팽배했던 게 사실이다. '간판만 바꿔다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였다.
그동안 관(官)이나 정부 주도의 의식개혁운동이 성공한 전례가 드물다.
국민의 정부시절 '제2 건국운동'이 그 단적이 예이다. 국가 개혁 차원에서 제2 건국위원회가 의욕적으로 출범했지만 국민운동을 민간부문이 아닌 정권차원에서 추진한다는 것이 한계였다. 결국 제2 건국운동은 김대중 대통령 임기를 끝으로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노태우 대통령시절 '잘살기 운동'도 마찬가지였다. 평가가 엇갈리지만 그나마 성공사례로 친다면 박정희 대통령 때 새마을운동 정도이다.
물론 '경제살리기 도민회의' 가 이 같은 우(愚)를 범하지 않을 것을 생각한다. 과거의 도민협의체 같은 의식개혁운동이 아니라 일단 지역 경제살리기를 모토로 삼았기 때문이다.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전국 3% 경제'를 탈피하기 위해 아일랜드처럼 사회연대협약을 통해 지역 정치권과 기업 노동계 사회단체를 망라한 노·사·정이 함께 주체로 나선다는 점이 예전과는 다르다. 활동 목적과 방향도 내고장 상품애용과 기업하기 좋은 여건 마련, 노사화합 분위기 조성 등을 내걸고 있다. 참여 인사들도 그동안 관변 인물에서 경제계 인사 등이 새롭게 포진했다.
그러나 '경제살리기 도민회의' 역시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도와 시군 조직 운영의 핵심인 재정을 자치단체의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도의회에선 '전북 경제살리기 도민회의 지원 조례안'을 제정했다. 도에서도 사업계획에 대한 검토를 통해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회원들 스스로 연간 회비를 거출해 운영하겠다"는 도와 도민회의 관계자의 해명이 군색해진 대목이다.
어떤 조직이나 단체든 재정적 자립 없이는 활동이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동안의 도민운동협의체가 이를 잘 반증하는 반면교사다. 주문자 생산방식의 도민운동은 결코 도민들의 지지와 호응을 얻을 수 없으며 성공할 수도 없다.
'경제살리기 도민회의' 가 앞으로 이 같은 한계를 얼마나 극복하고 제 역할과 목소리를 낼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지사 임기와 함께 명멸하는 협의체가 아닌 도민을 위한 '도민회의'가 되길 기대한다.
/권순택(지방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