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에이미 추아 '제국의 미래'

타민족·타종교 관용정책 여부 따라 멸망·번영

동료 교수들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선정하여 읽고 토론한 지도 벌써 5년이 넘어섰다. 최근에 읽은 책이 예일대 법학 교수인 에이미 추아가 쓴 "제국의 미래"다. 저자는 고대 페르시아 제국과 로마 제국으로부터 오늘날 미국까지 2500년 동안 동서양 초강대국의 흥망성쇠를 흥미로운 관점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초강대국은 군사나 경제 분야에서 막강한 힘을 축적하여 세계를 지배하였지만 하나 같이 다원적이고 관용적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 재패의 필수조건인 '관용'이라는 용어는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피지배 민족이 지배 민족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경우에 사용되고 있다.

 

총 12장으로 엮어진 이 책은 세계적인 패권국가에게 있어서 관용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저자는 관용과 연관하여 고대 페르시아제국이나 로마제국, 중국의 당나라와 몽골제국, 스페인과 네덜란드, 대영제국 등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미국과 유럽연합, 중국과 인도와 같은 초강대국들이 미래에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지를 예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어떤 나라가 정치적 군사적으로 큰 영토를 지배하였다 하더라도 타민족이나 타종교에 대하여 관용정책을 펼치지 못했을 경우 멸망에 이르게 되었고, 반대의 경우에는 작은 나라라 하더라도 국력이 신장되어 번창하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로마 제국이 2000년이 넘도록 제국의 영광을 지속하게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정복지에 독자적인 자치권을 허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계층에 상관없이 로마시민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던 관용의 힘 때문이었다.

 

관용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지 못한 경우, 아무리 초강대국이라 하지라도 분열과 쇠락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삼으면서 타종교와 타인종을 박해함으로써 붕괴되었듯이, 한때는 초강대국이었던 스페인이나 영국, 오스만 제국 또는 무굴 제국도 이런 불관용 정책으로 인해 분열과 위기를 맞게 되었다. 저자에 따르면 종교탄압이나 인종차별은 인적 자원의 이동뿐만 아니라 기술이나 자본의 이동도 야기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관용정책을 펼쳤던 네덜란드와 같은 작은 나라도 초강대국으로 번창했던 역사를 갖게 되었다.

 

관용에 대한 역사적 교훈에 의거해서 저자는 중국이나, 유럽연합, 인도가 타민족에 대한 배타적 태도 때문에 미래에 제국이 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예단한다. 반면에 미국은 이민을 통해 인재들을 끌어들여 경제발전과 기술혁신을 창출했고, 이것을 토대로 최고의 부와 막강한 군사력을 확보하여 새로운 초강대국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9ㆍ11 테러 이후 국제적인 공조 없이 행한 이라크 침공과 같은 미국의 행동은 반미감정만을 부추기게 되었다. 저자는 지금 세계를 미국과 묶어줄 정치적 접착제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미국은 패권적인 제국의 길을 포기하고 관용적인 강국으로 복귀할 것을 조언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역사학자도 아닌 법학교수가 이렇게 세계사를 명쾌하게 분석하여 재구성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독자들도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이런 감동과 지적 자극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이 책을 통해 외국인 100만 명이 함께 살아가는 한국사회에서 관용의 중요성을 깨닫고 다문화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성하(우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