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갈등 해법 찾는다] 소통의 문 열어야 사회갈등 풀린다

②한국의 사례-이해관계자 따돌리기

'계양산골프장 저지 인천시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인천시 계양구 목상동 골프장 예정 부지에서 사업 추진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있다. (desk@jjan.kr)

환경 갈등을 일으키는 가장 큰 불씨는 당해 사업이나 개발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을 의사결정 과정이나 기획단계에서 배제시키는 데서 비롯된다.

 

분쟁이 발생한 사업들의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사업주체가 초기엔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들을 의도적으로 배제시키며 극비리에 사업을 추진한 후, 집행단계에 갈등이 빚어지면 설득작업에 나서거나 강행 추진만을 고집하는 사례가 많다.

 

이같은 접근법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뿐이다. 전북대 행정학과 김영근 교수는 "갈등은 사후에 봉합하는 것보다, 사전에 예방하는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게 첫번째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해관계자를 충분히 참여시키지 않아 갈등이 발생한 사례를 실증적으로 살펴본다.

 

▲인천 계양산 골프장 20년째 표류

 

계양골프장은 롯데건설이 인천시 계양구 목상동 산57-1번지 일원에 추진하는 사업. 사업자가 1989년부터 20년 가까이 이곳에 골프장을 지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이곳이 장기 분쟁지로 분류되는 이유는 사업 초기부터 지역주민들과 각종 단체들과의 소통 부족. 이에따라 지역주민들은 2006년 '계양산골프장 저지 인천시민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키고, '나무위 시위' '천막농성' '삼보일배' 등 시위를 벌이며 독자적으로 대상 부지에 대한 환경 조사를 벌이고 있다.

 

중재 역할에 나서야 마땅한 행정기관이 이해관계자들과의 접촉마저 꺼리기도 한다. 골프장 조성사업에 반대하며 사업장 부지의 나무 위에서 시위를 벌인 윤인중 목사는 "인천시민대책위원회가 인천시장에 다섯번이나 면담을 신청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해관계자를 의도적으로 따돌린 전형적인 사례이다.

 

▲부천시 장사시설 조성사업 한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춘의동 468번지 일원에서 추진중인 사업. 부천시는 이곳에 화장로 6기와 납골당 3만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의 핵심 이해관계자는 부천시, 서울 구로구, 지역주민. 사업 예정지가 부천시와 구로구의 경계지점이어서 직접적인 영향권이다. 또 주변 이해관계자는 시민단체(부천시민연합, YMCA, 부천 경실련), 서울 양천구 신정3·7동 주민들이다.

 

대표적인 혐오시설인 이 사업도 의사결정단계에 이해관계자들을 참여시키지 않아 갈등을 부른 사례이다. 부천시가 행정 내부적인 절차를 거쳐 건립 계획을 추진하자,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 인근 자치단체가 이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대립하고 있다. 자치단체는 '시립추모의집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의사결정 단계에선 추진위의 역할이 미미하다.

 

▲시화호 수질개선 원점서 재검토

 

시화지구는 경기도 안산시, 시흥시, 화성시 3개 자치단체에 걸쳐 있다. 1970년대부터 논의가 시작된 시화지구 개발사업은 1985년 8월 당시 경제기획원 장관이 서남해안 간척계획 중 시화지구 개발을 우선 추진한다는 발표와 함께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되었다.

 

방조제(12.7㎞)가 마무리된 시점은 1994년. 하지만 이 개발사업은 시화호 오염과 생태환경의 급격한 변화란 결과를 낳으며, 극심한 환경 분쟁이 발생했다.

 

사업을 추진하는 초기에 개발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환경 보전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는 배제되었다.

 

극단적인 충돌로 치닫던 환경 분쟁은 1994년 1월 중앙정부, 자치단체, 시의회, 지역환경단체, 지역 전문가 등을 아우르는 '시화지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구성되면서 가닥이 잡혔다. 이는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그동안 결정된 사업추진 계획에 매달리지 않고 백지상태에서 대화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른 후 원점에서 다시 출발한 형국이다.

 

▲영광쓰레기 처리장 분쟁 계속

 

이 사업은 영광군이 고창군과 인접한 곳에 쓰레기장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고창군과 고창군민들과 충동한 사건이다.

 

영광군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고창군에 입지 선정에 따른 협의에 나섰으나, 고창군은 실질적인 피해 지역이 고창이라는 점을 들어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영광군은 이에 아랑곳없이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며 합법성만을 강조했다.

 

사실상 사업 추진에서 배제된 고창군과 고창군민들은 중앙환경분쟁위원회의 조정, 행정 소송을 통해 이 문제를 풀려고 했지만 영광군이 일방적 자세를 보였다. 결국 사업자가 합법성이라는 테두리에만 머물며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을 막아, 사업이 마무리된 현재까지 분쟁의 불씨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