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 어찌하오리이까 !! - 김은미

김은미(전북대 교수)

여기저기 터지는 한숨 소리며, 구겨진 인상들에 요즘 참 심란하다. 작고 큰 은행예금들이 거의 펀드로 몰렸으니 주가 폭락으로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들이 거의 없다. 평범한 서민이라면 대한민국 가구당 평균 이상의 부채를 지지 않은 가정을 찾기 어려운 만큼, 계속 올라가고 있는 금리 덕분에 밤잠을 설치는 우울한 가장들이 태반이다. 공과금이며 물가는 또 줄줄이 상승하고 있으니 한 푼 두 푼 쓰기가 겁난다. 덕분에 형성되는 긴축재정 분위기로 시장공기는 싸늘해지고 중소 자영업자들의 수입은 턱없이 줄어든다. 이젠 쓸 돈이 없어 쓰지를 못하는 상황이 되고 자금 경색은 점점 더 심화되고.. 정말이지 "어찌하오리이까"의 연발이다.

 

누가 해답을 주면 좋겠다, 현 경제환란의 위기에서 내가 무엇을 어찌 해야 하는 것인지. 여기저기 쏟아져 나오는 해법들이라곤 외환의 수요공급조절이니, 행정조직개편 등 정부정책에 관한 거시적인 얘기들에 그친다. 도통 개개인이 취해야 할 미시적 행동에 대해서는 시원한 답을 제시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길 지금은 현금을 보유해야 하는 때란다. 그런데 너도 나도 현금만 보유하려 하다 보면 시장은 위축될 것이고 나아가 사회적 정서까지 뿌리째 흔들릴 것이다. 우리가 얼마 전 IMF위기에서 뼈저리게 경험했던 일 아니던가? 나만 살자고 너도 나도 서로를 밀쳐대며 허우적대다간 우리 다같이 깊은 늪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는 결코 해답이 아니다.

 

아마 해답이 없지 않나 싶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해쳐 나가며 살아내야 할 텐데.. 어찌하누.. 지혜를 부려봐야겠다. 호랑이 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데, 그때그때 일이 닥칠 때마다 하나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맘껏 부려보자. 그러기 위해 먼저 내 마음을 좀 다듬자. 첫째 펀드나 주식으로 잃은 돈은 내 탓이다. 누군가의 권유로 시작을 했더라도 결국 투자 결정은 나 자신이 하지 않았던가? 쉽게 돈 좀 벌어보려고 꾀 부리다 그 꾀가 안 통한 것이다. 수업료치고는 엄청 비싸고 억울하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교훈을 얻은 셈으로 치자, 훌쩍훌쩍. 둘째, 재미난 일을 찾아내자. 난 요즘 달밤의 체조에 한참 신이 나있다. 생활체조 말이다. 상쾌한 공기 쐬며 팔이며 다리며 엉덩이까지 폴짝폴짝 "야야야야 구름이 끼었다고 비가오나 구름 위엔 또 햇살 있지..오늘이 힘들다고 내일 없나 태양은 내일 다시 떠요..해피해피데이.." 노랫말 흥얼거리며 뒤뚱뒤뚱 옆집 아주머니 따라 흔들어대다 보면 엔도르핀이 퐁퐁 솟아올라 다음날 한나절까진 약효가 유효하다.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는 매주 목요일마다 그리고 또 주중 짬짬이 유익한 공연들을 선보인다. 우연이 알게 되어 몇 번 달려갔는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연들이어서 좋고 무엇보다 공짜가 많다 ㅎㅎ. 사는 게 뭐 있나? 순간순간의 기쁨을 모아모아 행복해 지면 되는 거지. 셋째, 서로를 감싸 안자. 힘들수록 고독해 지고 외로워진다. 그 순간을 넘기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짓들을 저지른 사람들이 여기저기 많아지고 있지 않은가..다들 경험으로 알듯이 누군가가 사랑으로 나를 감싸준다면 없던 힘도 불끈 솟아나고 더불어 지혜도 새록새록 피어 오른다. 서로 예민한 감정에 조심조심 다가가 사랑해 보자. 문득 외롭다 느낄 땐 하늘을 봐요. 같은 태양 아래 있어요, 우린 하나에요. 마주치는 눈빛으로 만들어가요, 나지막이 함께 불러요 사랑의 노래를.

 

/김은미(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