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철새축제 코앞인데 철새가 없다

군산 나포면 십자들녘, 市 관리잘못 철새 보금자리 사라져

보름전 본보가 촬영한 금강쇠기러기떼의 장관(왼쪽)과 군산시의 관리 부재로 철새가 감쪽같이 사라진 군산 나포면 십자들. 안봉주·오균진(desk@jjan.kr)

군산세계철새축제(19∼23일)를 1주일 정도 앞두고, '불편한 쉼터 및 먹이공간' 때문인지 철새들이 나포면 십자들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흰뭉치 사일리지, 공사 자재 및 차량 등이 곳곳에 방치되면서 철새들이 경계심을 갖고 더이상 이 곳을 찾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오전 군산 나포면 십자들 430㏊(430만㎡). 이 곳의 절반가량(234㏊)은 금강하구의 우수한 생태보전을 위해 지난 2002년부터 '생물다양성관리계약사업'을 통해 철새먹이 및 쉼터 공간으로 제공되고 있다. 농민들은 철새 먹이공급 등을 위해 보리경작과 볏짚보존 등을 실시하고 있고, 시는 농민들과 계약을 통해 이에따른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한마디로 군산시가 십자들을 '철새들의 낙원'으로 만들기 위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날 오전 쉼터에서는 단 1마리의 철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보름 전 본보가 촬영했을 당시 목격했던 수많은 쇠기러기 대신 원통모양의 하얀색 덩어리(사일리지)들과 공사자재(농수로 관) 및 차량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을 뿐.

 

한 시민은 "하얀색 '곤포(梱包) 사일리지(silage)'와 농수로 공사가 철새들의 방문에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수억원(5억4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철새축제를 진행하면서, 시는 가장 중요한 철새들의 먹이 및 쉼터 공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철새조망대측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철새들이 하얀색 사일리지와 공사자재 때문에 쉼터에 접근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돼, 이미 시 내부적으로 이 같은 방안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다는 것. 결국 시의 관리 부재가 성공적인 철새축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