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로봇, 미래를 말하다'

'로봇과 인간'…공존 가능한가…인류의 인간성·존엄성 회복 도움 여부에 달려

#2007년 1월, 미국의 월간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잡지"는 표제기사로 로봇공학의 미래에 관한 마이크로소프트(MS)사 '빌 게이츠' 회장의 견해와 MS사의 사업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로봇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제가 30년 전 그와 '폴 알랜'이 전 세계 모든 책상과 가정에 컴퓨터를 가져다줄 날을 꿈꾸던 상황의 것과 흡사하며, 이에 MS사는 결연히 로봇의 표준운영시스템(OS) 개발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2008년 7월, 그 일년 반 후 일본에서는 대표적인 로봇 전문가들이 종합적인 로봇 전문서를 분담, 저술해냈다. 전자신문사가 발행한『로봇, 미래를 말하다』가 바로 그 책이다. '로봇(robot)'이란 말은 체코어로 '강제노동'을 뜻하는 '로보타(robota)'에서 파생된 것이며, 1921년 '카렐 차펙'의 희곡 '로섬의 유니버설 로봇'에 처음 등장했는데 이 희곡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로봇'이란 말도 급속히 퍼져나갔다고 한다.

 

이 책에는 로봇의 발달과정은 물론이며, 앞으로 도래할 인간과 로봇의 공존사회에서의 갖추어야 할 철학, 비전 등을 망라하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로봇에 대한 과학기술 및 인문사회적 연구 결과들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장부터 5장까지 네 명의 저자들이 제 각각의 문체로 로봇 얘기를 풀어놓고 있다. 2장 '진화하는 로봇'에서는 '이노우에 히로치카'가 로봇의 진화과정을 얘기하고, 3장에서는 '카나데 타케오'가 '보이지 않는 로봇'이라는 제목으로 환경에 융화되거나 일체가 되어 사람과 접하고 도움을 주는 형태가 보이지 않는 미래의 로봇시스템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또 '안자이 유이치로'가 집필한 4장 '로봇은 미디어'에서는 향후 로봇이 '센서'와 '작동장치'를 겸비한 '정보처리기계'로부터 진일보하여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돕는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지향하여야 하고, 따라서 정보기술과 로봇기술을 융합하는 것이 필요하며, 한편 로봇의 설계, 구축, 관리, 운용에 있어서 디자인 개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끝으로 앞의 세 저자들이 60대인데 비해 만 40세(68년생)에 불과한 '세나 히데아키'가 쓴 '로봇 공존사회와 휴머니티'의 마지막장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로봇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세계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될 윤리와 휴머니티 문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책 전체 분량의 절반이 넘는 글에서 그는 로봇산업의 미래는 인류의 인간성과 존엄성 회복에 도움 되는 정도에 달려 있다고 예단한다. 초고령화 사회를 맞은 일본이 그 유력한 해결책으로서 노인들을 돕는 '노동인프라'인 '휴머노이드(humanoid)'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로봇 입장에서 보면 노인을 돕는 도우미 로봇은 인간을 잘 이해하는 첫 단계로 간주된다.

 

이 책은 미래 로봇산업에 관심 있는 지방자치단체, 대학과 산업체의 로봇 전문가, 또 로봇을 공부하려는 청소년과 대학생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독자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 로봇 최강국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지능형 로봇기술이 21세기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 2003년 지능형 로봇산업을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의 하나로 선정한 우리나라가 '로봇, 미래를 말하다'에 주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신형식(전북대 화학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