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1318'을 위한 국·내외 여행 서적

낯선 곳에서 낯익은 나의 낯섬을 본다

여행은 친구를 만나고 나를 만나는 일이다. 특히 수능이 끝난 예비 대학생들에겐 감동 없는 만남과 이벤트보단 낯선 곳에서 자신을 만나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은 일. 국내·외로 열심히 걷고, 보고 들은 여행을 위한 괜찮은 책들을 모아봤다.

 

날카로운 정치칼럼으로 이름을 날렸던 서명숙씨. 그가 23년에 걸친 기자생활을 때려 치우고 자신의 고향 제주의 길을 걸으며 「제주 걷기 여행」 (북하우스)을 출간했다. 그간 주목받지 못했지만, 산티아고보다 더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이 제주의 길이 였다는 그는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발족해 현재 여덟 개 코스(105km)를 개척했다. 걷기에 중독될 수밖에 없었던 남모를 사연, 올레 길에 사는 제주인들과 올레꾼들의 이야기가 웃음과 눈물로 뒤범벅 돼 펼쳐진다. 길을 만들기 위해 해병대 장병들의 도움을 받은 사연, 30여년 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사라졌던 길을 복원했던 과정엔 길을 향한 열정과 애정이 묻어난다. 느리게 걸으며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받을 수 있는 인간적인 길을 꿈꾸는 여정이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 (예담)는 967일동안 세계 여행길을 떠난 김향미 양학용 부부 발자국 여행기다. 이들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나라는 모두 47개국. 3600만원으로 2년8개월의 시간을 길 위에서 보냈으니, 알뜰하게 여행한 셈이다.

 

홍해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시도했고, 로키 산맥에서 트래킹을 했다. 중고차를 사서 5개월 동안 유럽을 돌았는가 하면, 캐나다에서 4개월 동안 식당에서 영어를, 볼리비아에서는 스페인어를 배우며 몸으로 부대끼는 모험을 감행했다.

 

인도의 인력거꾼, 아프리카의 택시 운전사, 독일의 형사, 네팔의 순박한 아기 엄마 등 여행하면서 만난 평범한 사람들의 따뜻하고 소박한 이야기도 담겼다. 길에서 만난 친구들을 통해 삶의 향기와 희망을 발견한다. 오래 전 잊었던 꿈을 꾸고 싶거나, 인생의 방향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겐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올 것 같다. 여행이 삶이 되고 삶이 여행이 되도록 살고 싶다는 이들은 또다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제대로 서울을 만끽하고 싶다면「서울 이런 곳 와보셨나요」 (한길사)도 좋다. 여행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상준씨와 영화 관련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허희재씨가 의기투합해 만든 책. '발싸심한' 공을 들여 곳곳을 걸으며 숨어있는 공간을 찾아냈다.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들은 제외하고 100곳만 담았는데도 묵직한 두께를 보면 서울은 정말 우습게 볼 동네가 아니다.

 

1부에선 역사와 추억이 있는 스물네 곳을 찜했고, 2부에선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30곳 공간들이 담겼다. 초록바람이 불어오는 자연친화적 공간과 공원 17곳이 담긴 3부에 이어 4부엔 '회현 LP 중고상가' '방산시장 베이커리 골목' 등이 소개된 쇼핑장소 열 곳이 소개된다. 5부엔 특별한 만남을 위해 혹은 손님을 쿨하게 접대해야 할 때 알아두면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다. 트렌디한 여행책처럼 감각적인 이미지와 느낌에만 중점을 두지 않고, 서울의 뒷이야기와 실용 정보가 담긴 재밌는 종합백과사전형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