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에서 결혼이주여성, 그리고 창업CEO까지.'
고창군 신림면에 살고 있는 스즈끼 유기에(鈴木 幸惠·37)씨의 이력이다. 누구나 한번쯤 인생에 있어 큰 변화를 겪기는 하지만 스즈끼 씨처럼 이역만리 머나먼 이국에서 결혼하고 십여년이 흐른 지금 자신의 재주로 창업까지 한 경우라면 '인생역정(人生歷程)'이라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다.
95년 종교적 관계로 만난 남편 윤철동(43)씨와 결혼한 뒤 한국에 정착한 스즈끼 씨.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스즈끼 씨는 결혼 12년 만인 지난해 11월 고창읍에 신영식품을 창업했다. 결혼이주여성으로서 한일 양국간의 문화적 이질감과 관습의 차이를 극복하고 일반인도 엄두내기 힘든 창업여성CEO가 된 셈이다.
신영식품은 고창군의 보조금 등을 포함해 자본금 4000만원을 들여 만든 제과·제빵회사다. 아이템은 풍천장어 뼈를 활용한 쿠키. 2006년 고창군향토음식발굴경연대회에 출품, 대상을 수상했던 '풍천장어뼈 쿠키'다. 스즈끼 씨는 지난해 이 상품으로 전북도 향토음식경진대회에서 이주여성부문 대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상을 잇따라 수상하면서 주변에서 창업을 권했고 고창군에서도 적극 후원해 용기를 냈다"는 스즈끼 씨의 쿠키는 우연과 필연이 겹쳐 빚어낸 제품이다. 고창군이 경연대회 주제로 내세웠던 '풍천장어와 복분자'가 우연이라면 그가 일본에서 제과 위생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일본 제1의 제과제빵회사에서 수년간 근무했던 것은 필연이나 다름없다.
"풍천장어 요리를 하면서 남는 뼈는 버리거나 튀겨 먹는 것이 전부였어요. 그런데 그게 아깝더라구요. 그래서 일본 시절 익혔던 제과기술을 십분 활용해서 만든 것이 풍천장어뼈 구이였습니다."
스즈끼씨가 장어뼈를 곱게 갈아 반죽에 섞어 만든 쿠키는 인기 만점이었다. 첫 고객이었던 남편과 두 아들의 호평에 힘입어 출전한 경연대회에서 잇따라 대상을 차지했고 쿠키 만드는 법은 지난해 1월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이제 걸음마를 뗀 그의 회사는 아직 수익이 신통찮다. 하지만 후원을 아끼지 않는 남편과 학교에서 주문까지 받아올 정도로 영업사원 역할을 톡톡히 하는 두 아들은 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다. 주위의 관심에 힘입어 그의 쿠키는 주문생산 및 우체국 통신판매는 물론 농산물유통센터 등 판매경로를 넓혀가고 있다.
"장어뼈는 천연칼슘이 풍부해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에게 필요한 간식"이라는 그는 뼈쿠키를 방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안전한 먹을거리라고 소개했다.
스즈끼 씨는 앞으로 장어뼈 쿠키 외에도 고창의 농산물을 활용한 먹을 거리를 제품화하는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장어뼈 뿐아니라 복분자와 녹차를 넣은 쿠키를 비롯해 복분자 생과를 활용한 양갱과 보리로 만든 카스테라 등이 그가 구상하고 있는 신제품이다. 보리 카스테라는 올해 청보리밭축제 때 관광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일본인에서 결혼이주여성, 여성CEO로 변신한 스즈끼씨의 다음 인생여정은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을 통한 고창 농특산품 홍보대사에 놓여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