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참 막막했죠. 서울 특별전시회 이후 갑자기 떨어진 전시였거든요. 길어야 2개월, 1개월 반 막 몰아붙여서 준비했어요. 이제야 마음이 놓입니다."
19~21일까지 전북대 진수당에서 열리고 있는'전북 여성 60년 발자취 방향전'을 주관한 박영자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19일 오픈 행사를 마친 뒤 그는 한숨을 돌렸다. 센터 내 전시 기획 전문가도 없는 데다 처음 시도해보는 작업이었기 때문. 도에서 추경예산을 지원해 줄 지 확신할 수도 없어 어려움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방 순회 전시 중 제일 잘 치뤄냈다는 주변 평가로 '헛고생은 하지 않았구나'란 안도감이 생겼다.
10년 전 발간됐던「전북 여성 50년사」 가 큰 도움이 됐다. 책엔 해방 후 혼란기를 딛고 일어섰던 50년대, 핵가족화로 여성의 사회 참여가 독려됐던 60년대, 사회 구조 다변화로 새로운 여성 정책이 요구됐던 80년대 등 전북 여성들의 활동사가 종합적으로 담겼던 것. 이 자료를 토대로 허명숙 엄영숙 강원자 김완자 전정희 조숙자씨 등 자문위원들에게 전북 여성의 과거, 현재, 미래에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주부들, 학생들, 남성들까지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꾸리는 것이 희망사항이었다.
"적극적이고 똑똑한 여성들이 참 많았습니다. 기전여고 출신들의 여성 선각자들이 독립운동에 앞장섰는가 하면, 여성단체에서 '성매매방지법'을 이끌어 내기도 했지요. 군산에서 참사가 났던 것이 발단이었지만, 문제의식이 살아있지 않았다면, 그대로 묻혔을 거라고 생각해요"
열악한 경제여건 때문에 여성경제인으로 성장하기가 더 힘들었지만, 든든하게 버팀목 역할을 해온 인물에 대한 조명도 언급했다. '한국대리석공예사'를 설립했던 박성숙 대표는 도내 여성경제인 1세대. 업체를 수출 전문 업체로 키우면서도 '화심온천'을 개업해 전북 명소로 발전시켜 온 공로가 컸다고 말했다. 지식기반산업인 바이오산업시장을 개척한 '지니스'의 김현진대표, 세계 보석시장에 도전장을 낸 '신라보석'의 정윤희대표, '함씨네두부'로 전통식품산업을 키워낸 함정희대표, 전주 비빔밥의 산증인 김년임 '가족회관'대표에 이르기까지 전시를 기획하면서 그들의 도전정신과 열정을 떠올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신축 예정인 센터에 여성 상설 전시관 혹은 여성 주간(7월)을 위한 전시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구체적으로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연내에 이번 전시에 관한 도록도 따로 낼 계획.
"내일의 전북은 여성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의식을 지녔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방향전'이 이들에게 따뜻한 박수를 쳐주는 격려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