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역전(驛傳)마라톤

지금처럼 통신과 교통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역마나 수레를 이어 타고 달리는 역전(驛傳)제도가 중요한 소통수단이었다. 페르시아를 비롯 로마, 중국, 그리고 몽고제국등은 역전제도를 이용해 나라의 구석구석까지 중앙정부의 영(令)이 빨리 전달되도록 하고, 또 변경에서 일어난 변란등을 신속히 전달받아 대처하는등 역전제도는 국가통치의 근간이었다. 우리나라의 역전제도는 역참(驛站)제도에 의해 이뤄졌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역전제도의 필요성은 없어졌지만 스포츠에서 물려 받은게 역전마라톤이다. 역전경주라고 하는 이 경기는 각 주자가 주어진 구간을 달린뒤 다음 주자가 배턴을 계속 이어받아 구간별 합계기록으로 순위를 가른다.

 

우리나라 역전경주의 효시는 1923년 경성일보 주최로 개최된 경인역전경주대회다. 해방 이후에는 1955년 한국일보 주최로 경부(京釜)역전경주가 창설된 이후 올해로 54회째 대회가 열렸다. 현재 국내 대표적인 역전경주다.

 

역전마라톤 대회는 한국과 일본에서만 열리는 독특한 레이스다. 역전마라톤에서는 한 선수만 잘 뛴다고 우승할 수 없다. 팀 구성원들의 화합과 스피드 가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열쇠다. 또 구간별 특성에 따른 전략도 필수 요건이다. 현재 세계 마라톤은 폭발적인 스피드 경쟁시대에 돌입했다. 역전마라톤은 구간구간 한 템포 빠른 스피드 위주의 적극적인 레이스를 펼치기 때문에 이같은 마라톤의 스피드 추세에 딱 맞는 경기가 아닐 수없다.

 

전북일보가 전북 마라톤 중흥의 기치를 내걸고 시작한 전북역전마라톤대회가 올해로 20회를 맞아 모레(27일) 본사앞에서 도내 14개 시군의 첫 주자들이 일제히 출발한다. 첫날 전주∼군산 52.6㎞, 이튿날 남원∼전주간 61.6㎞로 나눠 열리는 이 레이스는 전북의 서해안시대를 여는 산업 중심지와 전통문화 현장을 간직한 도내 6개 시군을 거치며 지역화합도 다진다.

 

그동안 이 대회를 통해 배출한 선수들도 괄목할만 하다. 한때 한국 남자 마라톤 최고기록을 보유한 김완기선수를 비롯 형재영, 장기식선수등이 태극마크를 달고 국위를 선양한 전북의 중장거리 부문 철각들이다. 여자 마라톤 스타 오미자선수도 단골멤버였다. 늦가을 정취가 완연한 들판을 고장의 명예를 위해 힘차게 달리는 건각들에게 도민들의 힘찬 격려와 응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