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북여성장애인연대 '등불야학교'

잃어버린 배움의 시간을 찾아, 밀어주고 끌어준다

지난 8월 전북여성장애인연대 '천연비누 만들기'에 참여한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desk@jjan.kr)

장애우 만학의 꿈이 전북여성장애인연대(회장 유영희) '등불 야학교'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전주 중앙동 구 도청 교실에선 일주일에 4번씩 한글 기초·초등·중등·고등반이 운영되고 있다. 전북여성장애인연대가 장애로 정규 교과과정을 밟지 못한 설움을 떨칠 수 있도록 머리가 희끗희끗한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

 

수업은 유정자 '등불야학교' 교감(67·1∼3대 전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교사들과 대학생들의 무료봉사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의 출·퇴근을 담당하는 운전기사를 자처하면서도 초등반을 가르치는 아름다운 선행도 주목받지 못할 만큼 각자 훌륭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중증장애인들은 이동할 때마다 활동보조인이 필요한데, 저희 형편에 활동보조인이라니요. 그래서 중증장애인과 일반인을 함께 모집했어요. 이들이 장애인을 도울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댄 겁니다."

 

50대 후반에 지체장애를 앓게 된 유교감은 '등불 야학교'의 숨은 공로자. 회장을 맡으면서 하루도 눈물 마를 날은 없었지만, 신앙의 힘으로 버텨냈다고 말할 정도로 이곳에 대한 애정이 깊다. 땀을 뻘뻘 흘리며 휠체어를 굴리는 학생들이 건네는 바카스 한 병 이 소박한 선물이 교직에 몸담을 때보다도 더 큰 보람을 느끼게 한다.

 

이곳을 찾는 이들의 사연도 가지각색. '교회 가서 성경책을 읽고 싶어 찾았다'에서부터 '아들 내외에게 편지 한 통 쓰고 싶어서' '시내 버스 탈 때마다 주변 사람한테 묻는 게 서럽고 힘들어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직접 서류를 쓰고 싶어서'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사연이 구비구비 이어져 있다.

 

하지만 30대 후반부터 80대 최고령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배우고자 하는 열정만큼은 젊은이들 못지 않다. 지금까지 초·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한 이들이 20여명. 동사무소에 가서 일감을 찾기 위해 직접 서류를 작성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쁨이 되는 이들이다.

 

유영희 회장(50)은 "이곳에 몸담게 되면서 세상의 모든 기준이 중증장애인들의 시선에 맞춰졌다"며 "한 사람이라도 낙오되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배려받지 못하다가 이곳에서 사람다운 대접을 받게 됐다는 고백이 그를 매우 속상하게 만들어서다.

 

'등불 야학교'를 꾸리는 것도 힘에 벅차지만, 계속해서 도전정신은 발휘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

 

최근엔 여성부 공동사업으로 꽃꽃이와 향초·천연비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해 전시회를 가졌다. 수준급 실력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배우는 과정이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주고, 독려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어서다. 덕분에 '2008 전북장애인기능경진대회'에 참가해 수강생 중 세 사람이 입상하는 경사도 있었다.

 

유회장은 "도에서 관심을 갖고 '등불야학'을 지원해주지 않았다면 서럽게 '까막눈'인 채로 살아가야 했을 것"이라며 "열심히 익혀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까마귀 기억력을 탓하기도 하지만, 뒤늦게 받아든 졸업장이 그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게 만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