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가슴 두근거릴 사랑이야기 '순정만화'

'만화'는 '책'으로 봤을 때 완성된다고 믿으며 동네 책방을 전전하던 시절이 있었다. "왜 만화를 책으로 봐? 컴퓨터로 다운 받으면 되는데"라는 주위의 핀잔에도 만화책에 대한 애정을 꿋꿋하게 지켜왔다. 바스락거리는 책 넘기는 소리와 완결된 책을 쌓아 놓고 답답함 없이 결말을 볼 수 있는 것이 만화책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랄까.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본 한 인터넷 만화는 책방으로 향하던 발길을 끊게 만들었다. 이미 고소영 주연의'아파트'와 차태현 주연의 '바보'의 원작 만화가로 알려진 강도영(인터넷 상에서는 '강풀'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다)의 '순정만화'. 1주일에 2번 연재되던 '순정만화'를 보기위해 업데이트 되는 날이면 아침부터 모니터를 지키곤 했다.

 

제목에서부터 대놓고'이 만화는 순정적이다'라고 말하는 자신감은 일단 만화를 보고나면 이해가 될 것. '나는 컴맹이라'혹은'많은 양을 찾기 귀찮아서' 망설여 진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주말 순정만화가 순정'영화'로 찾아온다.

 

▲ 만화 같은 사랑

 

출근길이던 서른 살 연우(유지태)는 아래층에 사는 여고생 수영(이연희)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다. 그러나 순간, 엘리베이터는 고장으로 멈춰 버리고 혹시 어린 학생이 겁을 먹지 않을까 연우는 내심 걱정이다. 수줍은 성격 탓에 말도 못 걸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연우에게 들리는 학생의 말 한마디. "에이 조땐네!"

 

지하철에서 교복 넥타이를 잊은 사실을 깨달은 수영은 연우에게 다짜고짜 넥타이를 빌리게 되고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한적한 지하철역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스물 두 살의 공익근무 요원 강숙(강인)은 방금 스쳐 지나간 여인 하경(채정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한참을 말을 걸까 망설이며 쳐다보다 막차가 와도 타지 않는 그녀의 손을 잡고 지하철에 태우게 되는데. 하지만 그녀는 스물아홉의 연상녀로 남모를 상처를 가지고 있다. 강숙의 끊임없는 애정 공세에 그녀도 마음을 열게 될까?

 

사랑에 대한 섬세한 감정을 담은 순정만화는 결국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살면서 한번쯤 만날 법한, 어쩌면 나 자신의 이야기. 그것이 원작 만화가 인기 있었던 이유이자 영화의 성공을 점치는 척도가 되고 있다. 올 겨울,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소중함을 그리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 큰 두근거림을 선사할 영화.

 

▲ 순정만화와 순정영화

 

앞에서도 말했듯이 총 42회로 구성된 강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에서는 세 커플이 등장하지만 영화는 두 커플로 줄어들어 각기 다른 성격과 캐릭터를 가진 네 명의 주인공이 서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른 상황에 놓인 두 커플이 서로 교차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독특한 설정은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거리. 원작과 또다른 점은 연우와 강숙이 원래부터 아는 사이라는 설정이다. 이 외에도 만화는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여름 동안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계절이 변하면서 서로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등장한 목도리는 파란색 우산이 되었다. 현실성을 살리기 위해 고등학생으로 등장했던 강숙 캐릭터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변신했고 만화에는 없던 캐릭터도 등장하게 하게 된다. 특히 가수 소녀시대 멤버인 최수영이 극 중 수영의 친구로 등장하는가 하면 원작자 강풀은 카메오로 출현하기도 했으니 두 눈 크게 뜰 것.

 

평소 강풀의 순정만화의 열혈 팬이었던 가수 이승환은 과거 자신이 발표했던 곡을 영화 순정만화 느낌으로 재해석해 동명 타이틀 곡 '순정만화: Happily Ever After'로 헌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