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태 "'-뿐이고'는 절실함의 표현"

"요즘은 '리플'을 보면 행복해져요."

 

'안어벙' 안상태가 기자 역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 코너에 특파원으로 등장하는 그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발사를 앞둔 로켓 내부에 들어간 그가 "이제 로켓이 30초 후에 발사되기 때문에 저는 나가도록 할텐데…"라고 말하는 순간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다음 말이 이어진다.

 

"난 로켓에 갇혔고! 치치가 잠그고 나갔을 뿐이고! 명왕성 편도만 33년이고! 엄마 다음 달 칠순 챙겨야 하는데 갔다 오면 내가 칠순일 뿐이고!"

 

이러한 '하소연 반전 개그'가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 블로그나 홈페이지에서 안상태의 말투를 패러디한 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악플'로 상처받는 연예인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안상태는 요즘 '리플'을 보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자신의 말투를 따라한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뿐이고'를 따라하시고 제 개그가 와 닿는다고 이야기 해주셔서 요즘 정말 기쁠 뿐이죠. 물론 '악플'도 있지만 '-뿐이고' 말투로 줄줄이 달린 리플을 보면 저절로 행복해져요."

 

안상태 기자 캐릭터가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다. '봉숭아 학당' 코너에 앞서 '어색극단'과 '뜬금뉴스'를 거치며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친 끝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안상태는 더욱 고맙고 기쁘다.

 

"코너가 자리 잡지 못하고 7번 정도 계속 바뀌면서 캐릭터가 완성됐어요. 그동안 동료들이 재미있고 중독성이 있다고 말해줬지만 가끔은 포기하고 다른 코너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죠. 이렇게 큰 인기를 끌 줄은 전혀 몰랐어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금은 안상태의 "난-"이라는 말 한마디만으로 웃음이 터질 정도가 됐다.

 

"단 한 글자로 웃기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김국진 선배님은 '어라' 두글자로 웃기셨죠. (웃음). '난-'으로 시작해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하소연하는 듯한 반전이 재미를 주는 것 같아요. '난-'과 '-뿐이고'는 자기의 이야기를 절실하게 하는 느낌으로 만든 표현이에요."

 

비장한 표정의 기자가 순간 무너지면서 반전을 기하는 것이 이 개그의 포인트. 요즘 사회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는 이들도 안상태의 하소연을 남 일 같지 않게 느낀다.

 

"기자가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정직한 보도를 해야 되는데, 너무 힘들다 보니 감정이 실려서 억울한 듯 호소하죠. 멀쩡한 사람이 내 이야기 좀 들어달라고 하는 개그인데 요즘 시대가 워낙 어렵다 보니 보시는 분들도 남 이야기 같지 않게 느끼는 것 같아요."

 

안어벙 캐릭터로 큰 인기를 모은 이후 어려운 시절을 겪기도 했던 안상태는 다시 인기를 누리기까지 마음고생도 많았다. 안어벙에서 '바보' 캐릭터를 선보였던 그는 '내 이름은 안상순' 코너에서 여장에 도전했다. 그 후에는 더 큰 웃음을 위해서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힘은 절실함이었다.

 

"쉬면서 절심함을 느꼈어요. 쉬고 나니 다시 복귀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절실함이 생겼고 안상태 기자라는 절실함이 배어있는 개그가 나왔어요. 개그에는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언젠가 안상태 기자 역도 끝나겠지만 감성이 아니라 이성을 자극하는 웃음이 뭐가 있을지 또 고민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