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해를 보내면서 - 이현권

이현권(수필가·전 전주우체국장)

 

연말이 되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일상을 잠시 멈추고 좌우도 살피고 뒤도 돌아보아야 한다.

 

지나가고 있는 한해는 다른 해보다 더욱 다사다난했다. 그래서 올 연말엔, 아니 지금부터 앞뒤와 좌우 살펴보고 내년을 대비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감히 "제몫 다하기"를 권하고 싶다.

 

땀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 노력한 만큼의 과실이 우리에게 주어진다. 세상에 대가없이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나의 꿈을 이루려면 한군데로 초점을 맞추고 땀 즉 끈질긴 노력과 간절한 기원이 뒤따라야 한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주어진 제몫을 다해야 만이 희망도 꿈도 이루어지며 대접도 받을 수 있다. 오이 심으면 오이 나고 콩 심으면 콩이 난다.

 

그러나 노력해도 아니 되고 일이 꼬이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분명한 것은 앞의 일은 평균적 절대치이나 뒤의 것은 상대적 결론이다. 후자의 것은 제 능력에 걸맞지 않는 목표를 설정하였거나 목표에 이르는 길을 잘못 선택하였거나 정직한 노력을 않았거나 다시 말하면 제몫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가정과 사회라는 틀 속에 갇히게 되며 일정한 지휘와 통제를 받는다. 그러나 스스로의 위치를 알고 제몫을 다하는 경우에는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며 자기 위치를 확보해 간다. 이와 반대로 자기 몫 찾기에만 눈을 돌리면 주어진 자기 몫도 잃게 되고 불평과 불만이라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 조직 내에서의 자기 위치마저 위태로워진다.

 

사람처럼 불완전하고 흠 많은 생명체는 없다. 성장하고 경륜이 쌓여지면서 점차 그 흠들은 치유된다. 그 성장과 경륜은 모두 주어진 제 위치에서 제몫을 다하므로써 이루어진다. 이와 반대의 경우는 작은 흠도 큰 흠으로 고착되며 대열에서도 탈락된다.

 

세상을 보는 시각을 크게 긍정적 입장과 부정적 입장의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긍정적 입장은 제 위치에서 제몫을 다하는 것이며, 그러한 경우는 적극적이며 능동적이고 활동적인 생활로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1988년 제 8회 서울장애자올림픽 당시 성화 봉송으로 우리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었던 캐니 이스터데이(당시 15세) 군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허리아래 하반신이 없던 그 소년은 롤러스케이트 비슷한 이동수단을 이용하여 성화 봉송을 하면서 환한 미소를 우리에게 선사하였으며, 그 미소는 살아있는 천사의 미소로 내 가슴에 남아 있다. 그가 자기의 불구를 비관하여 비뚤어져 있다면 보기 싫은 구경거리 아니었겠는가? 제몫을 다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몫이 찾아지고 제대로 자기 몫이 되지만 제몫 찾기에만 급급하여 헛된 짓을 하면 제몫도 남의 몫이 되어 버린다.

 

세상사를 언뜻 보면 옳은 일보다 그른 일이 많아 보인다. 인간의 속성이 원래 그러하며 아주 미미한 자기와의 이해관계를 곧잘 세상의 척도로 삼아버린다. 역지사지는 글속의 말일 뿐이다. 제몫을 다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남의 일에 쓸데없이 간섭하고 남을 헐뜯는다. 손가락 교훈이 있다. 검지로 상대를 가리키면서 비난할 때 장지, 무명지, 새끼손가락은 자신을 향하고 있다. 하나보다 세배의 흠과 단점이 나에게 있음을 가르치는 자연의 이치다. 남을 존중해 줌으로써 자기도 존경 받을 수 있다.

 

이제 연말을 맞이하면서 희망찬 내일을 위하여 모든 걸 당신 덕, 내 탓으로 알고 '제몫 다하기'를 목표로 삼고 2009년을 맞이하자. 그리하여 꿈도 희망도 사라지려는 우리시대를 재건축해보자!

 

/이현권(수필가·전 전주우체국장)